사상 최대규모의 헤일―밥혜성. 달과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해왕성 천왕성 등 8개 행성의 「일렬종대」 줄서기. 추석 다음날 보름달이 감쪽같이 사라진 개기월식. 97년은 글자 그대로 화려한 우주쇼의 연속이었다. 내년은 어떨까. IMF한파에 움츠러든 한국의 경제처럼 하늘의 표정도 상대적으로 「위축」될 전망이다. 그러나 가끔 우울한 마음을 떨치고 하늘을 보면 태고의 신비와 자연의 조화를 발견할 수 있다. 98년 하늘은 우선 별똥별 소나기(유성우)의 퍼레이드로 시작된다. 1월4일 시간당 50여개의 유성우가 새벽 하늘에서 쏟아질 전망. 2월엔 33년만의 진객 「템플터틀」혜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북두칠성에서 북극성을 지나 카시오페아자리까지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2월28일 이 혜성은 태양과 가장 가까운 근일점을 통과한다. 이 기간중 템플터틀은 98년 최대의 우주쇼를 준비한다. 이 혜성이 우주에 남겨놓은 잔해들이 11월18일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지면서 한시간에 10만∼15만개의 별똥별이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은하수가 떨어지는 듯한 장관을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2월20일 금성은 「미인의 눈썹」으로 변한다. 금성은 이날 새벽 최대광도인 -4.6등급으로 밝게 빛나면서 맨눈 관측이 가능하고 망원경으로 볼 경우 그믐달 형상으로 보인다. 밝기등급은 마이너스(-)로 갈수록 밝다. 3월에는 지동설을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조차 평생 보지 못했던 수성을 누구나 볼 수 있다. 수성이 보이지 않는 것은 태양계의 가장 안쪽을 공전하면서 태양의 밝기에 묻혀 버리기 때문. 수성은 3월20일 해가 저문 직후 서쪽 하늘에 0.2등급 밝기로 살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2월과 8월에는 두차례 일식이 벌어진다. 국내에서는 이중 8월22일에 있을 부분일식만 남서 해안 일부지역에서 관측이 가능하다. 광주 마산 목포 여수 제주 등에서 오전 9시20분부터 1시간 남짓 진행된다. 월식은 세차례 있으며 모두 반영식. 국내에서는 9월6일에만 관측할 수 있다. 이밖에 5월29일엔 금성과 토성이 하늘에서 「충돌」하듯 만난다. 이날 새벽 동쪽하늘에서 접근하기 시작한 금성과 토성은 오전 8시26분 보름달의 반지름 거리까지 근접하며 해후한다. 안성천문대 김지현대장은 『대부분의 천문현상은 아파트 숲에서도 맨눈이나 초보적인 망원경으로도 충분히 관측할 수 있다』며 『우주를 보며 좀더 멀리 크게 보는 시야를 갖자』고 권했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