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연말기준환율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연말 결산에 빨간불이 켜졌다. 30일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환율을 거래량에 따라 가중치를 줘 평균을 낸 환율(31일 기준환율)은 연말결산시 외화자산과 부채를 원화로 환산하는 기준환율이 되기 때문이다. 31일 기준환율이 높을수록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떨어지고 기업의 환차손은 늘어나게 된다. ▼은행 BIS비율〓최근 상당수 시중은행들은 31일 기준환율이 1천3백원∼1천3백50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BIS비율 8% 달성을 조심스럽게 낙관해왔다. 하지만 31일 기준환율이 예상치보다 훨씬 높은 1천4백15.20원으로 정해져 BIS비율 8%를 달성하지 못하는 은행도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원화로 환산해 부담이 그만큼 더 늘기 때문. 주요 시중은행의 경우 환율이 1백원 상승하면 BIS비율이 0.2∼0.3%포인트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다른 방법으로 보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주요 시중은행들이 자본금 증액이나 후순위채권 발행 등을 통해 BIS비율을 0.1%포인트 높이려면 3백억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업 환차손〓금융기관뿐 아니라 기업들도 31일 기준환율을 적용해 장부 정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작년말에 비한 원화환율이 크게 올라 기업의 환차손이 막대한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천4백15원일 때 금융업종을 제외한 상장사들의 환차손만도 25조원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 환차손은 기업이 빌린 외채의 만기가 5년이면 5분의 1을, 10년이면 10분의 1을 당기순손실로 반영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의 외채만기가 평균 10년이라고 가정해도 2조5천억원을 당기순손실로 반영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금융업종을 제외한 상장사들의 올해 상반기 경상이익이 2조9천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여서 기업들의 무더기 적자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