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 당선자의 각료 및 청와대 비서관들에 대한 인사 방침이 드러나면서 국민회의 토착세력의 소외감과 불만이 깊어지고 있다. 「당정 분리」 「동서화합」 「테크노크라트 중용」 등 김당선자가 밝힌 인사방침이 자신들의 기용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료 5∼6명을 한나라당측에 할애한다는 방침이 흘러 나오면서 자민련 몫을 제외하면 그나마 국민회의 몫은 5∼7자리 정도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호남출신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당내 「원주민」세력은 그동안 김당선자와 고락을 같이 하며 김당선자의 집권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김당선자는 자신의 지지기반 확대를 위해 「호남색깔」을 지우려 애썼고 이 과정에서 호남출신 뿐만 아니라 정통야당 인사들이 번번이 비호남권 영입인사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해 왔던 것이 현실이었다. 집권과정의 중추세력이 집권후 뒷전에 서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계속된 것이다. 「호남 역차별」이라는 자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토착야당 출신 중진의원들은 김당선자의 첫 인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비서실장에 이종찬(李鍾찬)부총재, 김중권(金重權)특보가 임명된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이 모두 5,6공 핵심인사인데다 야당경력도 매우 짧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김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야당생활을 며칠이나 했다고…』라며 질시를 보내고 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는」 현실을 인내하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그래도 이들은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김당선자의 눈밖에 날 경우 의원직 마저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또 김당선자가 국정운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동서화합과 국정경험이 있는 전문가 기용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일부 수긍하는 분위기다. 한 호남출신 3선의원은 『우리야 입이 있어도 벙어리인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도 『우리가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