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문제를 풀기 위해 노동계를 「노(勞) 사(使) 정(政)협의체」에 끌어들이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의 구상은 일단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어졌다. 그러나 노동계를 이끄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협의체 참여」가 「정리해고 수용」은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3자 합의 도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김당선자와 민주노총 간부진과의 간담회에서는 낙관하기 어려운 3자 협의체의 앞날을 예고하는 발언이 잇따라 쏟아졌다. 김당선자는 이날 「경제난을 극복하려면 국제통화기금(IMF)의 협력을 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리해고제의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폈다. 김당선자는 『정리해고를 수용한다 해도 고용보험 등으로 실업수당을 지급하고 직업훈련과 취업알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배석범(裵錫範)위원장직무대행의 반응은 냉담했다. 『법이 유보돼 있음에도 남용되는 정리해고를 수용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므로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도 경제회복을 위해 노력할 각오가 돼 있지만 경제파탄 책임자 처벌과 재벌의 고통분담 노력이 선행돼야 협의체에서의 사회협약 체결에 진지하게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협의체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배직무대행은 그밖에도 뼈 있는 말로 김당선자를 궁지로 몰았다. 『오늘 초청받은 것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발길이 무거웠다. 많은 노동자들이 김당선자를 지지한 것은 김당선자가 누구보다 고용안정에 책임을 지겠다고 했기 때문인데, 당선되자마자 미국 관리 앞에서 정리해고에 합의해 실망했다』는 것이었다. 또 『이런 식으로 가면 향후 2,3개월이 상당히 어렵다. 조합원뿐 아니라 실직자 예비노동자까지 동참해 소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으름장」도 놓았다. 결국 김당선자는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민주노총까지 포함한 3자 협의체에서 논의하도록 하자』고 중재안을 제시해 간담회를 마무리지었으나 민주노총의 표정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다음날인 28일 민주노총의 김영대(金榮大)사무총장은 『김당선자의 중재안 제시로 협의체 참여 문제는 (민주노총 내에서)큰 반론이 없을 듯하지만 정리해고 수용을 위해 법을 개정하는데 반대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실업기금(고용안정기금 등)이나 고용창출 방안 등 특별한 조치를 포함해 협의체 논의를 지켜보면서 우리의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며 정부와 사용자측의 특단 조치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김당선자가 노동계에 보여줄 조치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미 노동시장의 유연성 보장을 3자 협의체에서 도출해내기로 IMF와 약속했고 이런 맥락에서 비상경제대책위가 금융분야에서의 정리해고를 부분적으로 수용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국 정부와 사용자측의 자구노력과 실업사태에 대한 보완책을 얼마나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노동계 달래기」의 성패가 달린 것으로 보인다. 〈송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