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을 주소비층으로 잡는 에인절산업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불황을 몰랐다. 그러께부터는 백화점들이 10대와 20대 초반이 구매력이 가장 큰 연령층이라면서 이들을 겨냥한 매장을 잇따라 열었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는 신화는 없다. 에인절산업도, 10대와 20대 초반을 겨냥한 「1318산업」도 IMF한파를 맞고 있다. 그대신 20대 중반이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황의 몸살을 앓고 있는 백화점에선 이들 20대 남녀가 선호하는 「캐릭터 캐주얼정장」만이 잘 팔린다. 24일 오후 5시경 서울 신촌의 그레이스백화점. 크리스마스 이브였지만 성탄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지하 2층의 영플라자매장과 1층의 잡화매장뿐이었다. 이중 「캐릭터 정장」매장은 특히 붐볐다. 5층 유아 아동매장은 예년 이맘 때면 어린이 선물을 사려는 이들로 북적댔지만 고객이 지난해의 반 정도로 한가했다. 이달 들어 쿠기 클럽모나코 MK 96뉴욕 등 「1318 브랜드」의 매출은 9∼31%, 베네통 파파리노 베이비게스 등 아동 브랜드는 11∼46% 줄었다. 그러나 직장인 여성들이 주로 입는 아니베에프 오브제 에꼴드파리 데코 등 브랜드 의류는 13∼40% 늘었다. 이 백화점 판촉팀 강효창씨는 『불황이지만 가계 걱정이 없는 직장 초년생과 아르바이트로 돈을 버는 대학생들은 돈을 아끼지 않고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백화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롯데백화점은 이 달 유아용품과 아동복 매출이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13% 줄었다. 10대와 20대 초반을 겨냥하는 닉스 베이직 리바이스 쿠기 등 브랜드의 의류 매출은 30∼55%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지센 마리칸트 마인 텔레그라프 등 20대 중반 타깃의 「캐릭터 정장」은 매출이 7∼35% 증가해 대조적이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이 달 유아용품의 매출이 지난달에 비해 11%, 아동복은 15%, 「1318 의류」는 10∼18% 준 데 비해 20대 중반을 타깃으로 한 의류는 10% 늘었다. 유아용품이나 1318산업이 퇴조하는 것은 고객의 부모인 30, 40대가 IMF한파의 중심에 있기 때문. 11월엔 회사의 대리 과장 차장급에 해당되는 30대의 실업급여 신청이 급증했다. 총 4천7백14명의 신청자 중 30대가 27.8%, 40대가 26.6%, 50대가 26.1%, 20대는 4.9%였다. 이들이 자녀인 유아나 10대의 용돈을 줄이는 것은 당연한 것. 20대는 돈을 벌면서 그 돈을 가족을 위해 써야한다는 가계개념이 부족하다. 유행에 유난히 민감하다는 점도 이들이 소비의 핵심으로 등장하게 된 이유. 불황이 계속되면 이들도 직장이나 아르바이트를 잃게 돼 결국은 소비가 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