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중앙당사를 방문,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 등 한나라당 고위당직자들과 회동을 가졌다. 대통령당선자가 패배한 대선후보를 찾아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속에서 시작된 이 회동에서 양측은 경제난국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얘기를 끌어나갔다. 이날 이명예총재는 김당선자의 당사도착 소식을 듣고 후보실이 있는 7층 엘리베이터 앞까지 마중을 나와 기다리는 등 예우를 했다. 김당선자와 함께 후보실로 들어선 이명예총재는 먼저 『건강하십니까』 『다시 한번 당선을 축하한다』고 말을 건넸다. 배석한 이한동(李漢東)대표도 『피로를 풀 시간도 없이 너무 바쁜 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고 인사했다. 보도진들을 물리친 뒤 김당선자는 『이 나라를 그 동안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 직접보니 텅텅 비어 있고 국제신인도도 엉망』이라며 『난국을 거국적 거당적으로 함께 협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명예총재는 『우리가 해야할 소리는 다 하겠지만 협조할 부분은 충분히 이해하면서 협조하겠다』고 말했고 조순(趙淳)총재도 경제문제에 대한 초당적 협조를 약속했다고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대변인이 전했다. 이한동대표는 『야당이 됐는데 기분이 어떠냐』는 김당선자의 물음에 『여당 원내총무를 세번 하면서 야당에 시달려 이번에는 반대로 해보겠다』고 답해 딱딱했던 회동장 분위기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편 이명예총재는 이날 회동을 마치고 부인 한인옥(韓仁玉)여사와 함께 경주서 휴식을 취하며 향후 자신의 거취에 대한 구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명예총재는 대선패배 직후 『당에 남아 소임을 다하겠다』면서 당 잔류 및 당무복귀 의사를 표명했으나 당 지도부는 물론 민정 민주계 등 대부분의 당내 세력의 견제에 부닥쳤다. 이에 따라 이명예총재는 당분간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내년 5월의 지방선거때 당이 자신을 필요로 할 경우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김재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