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는 하늘나라로 가면서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요. 나리를 죽이고 자신은 살겠다고 저렇게 거짓말을 하다니 정말 너무합니다』 16일 오후 서울지법 311호 법정.유괴범 전현주(全賢珠·28·여)씨의 2차 공판을 지켜보기 위해 법정에 나온 박나리양의 어머니 한영희(韓英熙·40)씨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공판 30분 전 법정에 나와 방청석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은 한씨는 『참회의 눈물을 흘려도 모자랄 전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그 얼굴이라도 한번 보러왔다』며 흥분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한씨는 『나리가 거의 매일 꿈에 나타나 「엄마 아줌마가 거짓말을 해요」라고 애원해 잠을 이룰 수가 없다』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분홍색 수의를 입은 전씨가 오후2시 정각 방청석에서 10m 정도 떨어진 피고인석에 들어섰다. 한씨는 그제서야 냉정함을 되찾은 듯 허리를 바로세우며 미동도 없이 전씨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전씨는 이날 2명의 청년이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남편의 사무실에 찾아와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8월16일의 상황을 자세히 진술했다. 『키가 큰 남자가 갑자기 칼을 들이댔어요. 난 죽고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시키는대로 했어요』 전씨는 간간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씨는 두 눈을 전씨의 뒤통수에 고정한 채 가끔씩 『다 꾸며낸 이야기야』라고 중얼거리며 실성한 사람처럼 코웃음을 지었다. 재판장인 민형기(閔亨基)부장판사도 흥분한 전씨가 진술을 자주 뒤바꾸자 전씨에게 성폭행 당시의 체위나 사후처리 상황 등을 자세히 고쳐 물었다. 분노를 삭이던 한씨는 전씨가 영어학원을 마치고 나오는 나리양을 유괴해 사무실에 데려오는 과정을 묘사하는 순간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신석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