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파탄 책임론」이 이번 대선의 막판 최대이슈로 부각하면서 한나라당 국민회의 국민신당 등 주요 3당간 공방이 갈수록 불을 뿜는 양상이다. 한나라당의 이회창(李會昌)후보는 9일 부산 코모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제위기상황을 맞아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가경제를 살리려는 노력보다 경제위기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작태를 보여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며 양당을 공격했다. 그러면서 이후보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아래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즉각 국회를 열어 비상경제대책을 수립하고 △시중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국채발행동의안 △통합예금 보험공사에 관한 법률 △통합예금 보험공사 채권발행 및 지급보증동의안 등 긴급한 법안을 처리하자고 제의했다. 이날 국민회의측은 김대중(金大中)후보의 부산 경남지역 거리유세와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한편으로는 경제파탄 책임자 인책론 공세를 취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위기 극복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후보는 이날 IMF 관리체제에 따른 대량실업사태에 대한 정책대안을 내놓았고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정축국치(丁丑國恥)를 초래한 관료들은 물론 최고책임자도 인책해야 한다』며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이회창후보는 공동책임자로서 문책이 불가피하다』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정대변인은 특히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 동안 여당대표 후보 총재로서 대한민국의 실질적 권력자였던 이회창후보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민신당은 9일 이회창후보의 경제국회 소집요구에 대해 『경제파탄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얄팍한 정치선전』이라고 비난하면서 이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한나라당에 대한 공세를 계속했다. 이인제(李仁濟)후보는 이날 대구유세에서 『국가파탄을 막고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선 「젊은 일꾼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지지를 호소했고 김충근(金忠根)대변인은 『가라앉는 배를 건져야 하겠지만 배에 구멍을 낸 세력에게 다시 그 배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며 「우선 배부터 구해야 한다」는 이회창후보를 비난했다. 〈정연욱·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