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군 퇴촌의 이 주택을 통해 전통 건축의 은유를 시각적 형태의 변형이나 부분적 차용과 같은 물리적 융합 차원에서가 아니라 이 시대의 사회적 요구와 건축 재료를 사용해 화학적 변형 형태로 제시하고자 했다. 주말 주택으로서의 한시적 사용이나 산자락을 낀 농촌 한 귀퉁이에 있는 주택의 특성상 개방적 공간구성 방식이 돼야 했으나 전면이 막힌 여유없는 좁은 대지 여건과 뒷산에서 흘러내리는 시각적 흐름의 흡입을 위해 오브제로서의 조소적 표현을 사용하기로 했다. 또 이런 성격의 주택들에 적용되는 벽돌이나 각종 뿜칠재 등으로서도 그 형태미를 표현할 수도 있었으나 오히려 질감의 특성상 조소성을 깨뜨릴 수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전통에 대한 감동을 추상적 분위기로 연출하며 배경이 될 수 있는 재료인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기로 했다. 몇가지 전통적 요소로 사용된 열주 툇마루 정자창살 격자무늬 담 등이 다른 외벽 재료와 어우러져 사용됐다면 재료 대체수단으로서만 느껴질 뿐 추상적 개념을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또 노출 콘크리트가 아니고서는 이 건물이 갖고 있는 조소적인 표현이라든지, 뒷산과 조화시킨 지붕선, 단정한 균제법, 목재 철 유리 등과 같은 요소를 조화시키지 못했을 것이며 의미 전달에도 실패했을 것이다. 이 주택에서는 통념적인 「인테리어」라는 틀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치장이 전무할 정도로 색채 표현을 삼가고 오직 건축이 갖는 기능성과 심미적 근거에 철저하게 따라가며 표현을 극도로 절제했다. 즉 내부 특성은 공간구성에 그 원리가 있으며 표현방식에서 전통의 현대적 접목을 시도한 것이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내재된 잠재의식을 현란한 수단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구성상에서 「긴장과 이완」이라는 잠재된 우리의 정서를 찾아냈다. 대지와 마을의 영역을 구분하는 대문,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의 성격을 돋보이게 하는 현관박스와 열주, 거실과 식당 사이에서 공간의 확산과 수축을 연출하는 계단 격자 틀 등이 내부공간의 성격을 강하게 하며 설계자의 의도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도록 했다. 집안 내부까지 빛을 끌어들여 만든 실내화단과 기능적 구성에서 생긴 거실과 식당의 단차에 의해 생긴 공간감도 이같은 성격을 강하게 하는 요소다. 그래서 단순하고 조그마한 이 공간에 호기심과 긴장을 유발시켜 자연을 과거 우리 정서틀 속에서 주택내부로 끌어들이고 그 속에서 자연과 인간을 교감시키려 한 것이다. 김동휘(건축사사무소 진우 소장) ▼약력 △연세대 건축공학과 졸 △종합건축사 사무소 아키플랜 근무 △동의대 건축공학과 강사 02―3462―2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