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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이명건/『아빠 왜 외국서 돈을 빌려요?』

입력 | 1997-12-05 20:23:00


『아빠 저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뻐요』 4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 모 은행 지점. 3달러를 원화로 바꾸고 은행문을 나서는 배달민족군(9·천동초등학교 2년)은 자랑스런 모습으로 아버지 배대열(裵大烈·39·무역업·서울 강동구 천호동)씨를 올려다봤다. 사흘전 배군은 피아노학원을 마치자마자 이 은행 지점으로 달려갔었다. 주머니에 넣어둔 1달러 지폐 석장이 잘 있는지 몇번씩이나 확인하면서. 배군이 은행에 갈 결심을 한 것은 전날 저녁 TV뉴스에서 우리나라가 돈을 빌린다는 말과 「장롱속의 달러를 은행에서 바꿉시다」는 캠페인을 벌인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배군은 곧바로 책상서랍을 뒤져 아버지가 외국출장을 갔다 올 때마다 1달러씩 손에 쥐어주었던 3달러를 찾아냈고 밤잠까지 설치고 나서 은행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배군은 『주민등록증을 갖고 와서 신분을 확인해야 달러를 바꿔줄 수 있다』는 은행 창구직원의 한마디에 낙담한 채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들에게서 사정을 전해들은 아버지 배씨는 은행규정과 원칙 등을 설명하며 아들을 납득시키려고 했지만 배군의 얼굴은 밝아지지 않았다. 며칠 동안 풀죽은 아들의 모습을 지켜본 배씨는 이날 사업 일정을 뒤로 미루고 아들을 은행에 데려가 3달러를 바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와 아들은 평소와는 사뭇 다른 대화를 나눴다. 『아빠 왜외국에서돈을 빌려요』 『나라살림을 하는 어른들이 살림을 잘못한 거야. 다른 어른들도 너무 돈을 쓰는데만 익숙해져 있었고…』 『언제쯤이면 우리가 빌린 돈을 다 갚을 수 있을까요』 『학용품을 아끼고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면 돼. 아빠 엄마도 씀씀이를 줄일게』 〈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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