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고비를 넘겨왔지만 요즘처럼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는 점에서 올해 「무역의 날」을 맞이하는 소감은 그 어느 때보다 착잡하지 않을 수 없다. 변화와 개혁의 세계경쟁에서 남들은 저만치 뛰어가고 있는데 우리만이 여기서 주저앉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함께 여간 안타깝지 않다. 필자는 우리가 소득 1만달러 달성의 기쁨에 들떠 있을 때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면 근로의욕이 감퇴되어 생산성이 저하되는 반면 복지요구는 오히려 증대되어 경제성장에 제동이 걸린다는 일본의 경제학자 나카무라 마사노리의 이른바 「1만달러 징크스론」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임을 지난해 기고를 통해 지적한 바 있다. ▼ 착잡한 「무역의 날」 ▼ 한나라가 못사는 나라에서 잘사는 나라로 신분을 바꾸는 일은 이처럼 매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좌절할 수는 없다. 우리가 어떻게 이룬 경제인가. 냉정을 되찾고 경제회생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사실 현재의 우리 여건은 우리보다 앞서 어려움을 겪었던 멕시코에 비하면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튼튼한 수출기반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의 수출실적 또한 경제회생의 희망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음은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수출은 지난 4월 감소세에서 탈피한 이래 7개월째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10월 중 수출액은 1백26억달러로 월간 금액으로는 무역사상 최대 규모를 시현했다. 경쟁력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시장에 대한 수출도 그간의 부진에서 벗어나 20%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10월까지의 수출증가율은 6%로서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으며 여타 경쟁국에 비해 지난해에는 유일하게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는 긴 엔저(円低)의 터널 속에서 40% 이상의 수출품목이 일본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극복하고 이루어 낸 것이어서 더욱 값진 성과가 아닐 수 없다. ▼ 수출에서 활로 찾아야 ▼ 더욱이 우리 기업의 신기술 신상품들이 속속 개발되어 출시되고 있고 우리 수출의 40% 이상을 떠받치고 있는 든든한 중소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원화가치 절하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수출은 더 가속이 붙을 것이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수출은 우리 최대의 외화획득 수단이자 경제의 근간으로서 경제위기의 활로는 수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 수출기업들이 겪고 있는 애로와 자금난을 해소하는데 모든 정책적인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경상수지 적자의 축소가 당장 시급한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는 이상 일체의 일상사에서 국민 모두가 근검절약하는 자세와 함께 불요불급한 수입은 최대한 억제하여야 한다. 80년대 후반 미국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수입은 실업을 수입하는 것이요, 수출은 실업까지 실어 내보낸다」는 당시 미국사회를 풍미했던 슬로건을 오늘날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때이다. 그리하여 내년 후년 무역의 날에는 추락하는 용의 눈물이 아니라 이 어려움을 훌륭히 극복하여 하늘로 치솟는 감격스러운 용의 눈물을 흘리도록 하자. 김은상(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