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가운데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 이를 가능케 해주는 것이 토론이다. 미국과 캐나다 고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특정 주제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데 익숙해 있었다. 수업이 대부분 토론이나 발표위주로 진행될 뿐만 아니라 방과 후에도 학생들 사이에 자신의 논리를 펴고 이견에 대해 반박하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뉴욕의 뉴타운 고교에는 「링컨 더글러스 토론클럽」이 있다. 링컨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상대편 후보가 더글러스였다. 말싸움이라면 자신있는 학생들이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에 격렬한 토론이 벌어진다. 놀라운 점은 첨예한 의견대립 속에서도 서로 얼굴을 붉힐 만한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 의견이 다르다는게 싸움의 이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클럽에서 단련된 학생들은 매년 뉴욕시가 주최하는 토론대회에 나간다. 뉴저지주 테너플라이 고교에서도 방과후가 되면 회의장에서 여러가지 주제의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이 학교 12학년(고교 졸업반)인 로스 필스턴(17)이 말하는 토론의 묘미. 『남이 이해하는 방식으로 설명해야 이길 수 있다. 결국은 내 의견을 관철시키는 과정에 매력이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는 학생들의 토론을 장려하기 위한 「온타리오 학생 토론 조합(OSDU)」이 있다. 이 조합은 매년 토론대회를 개최한다. 고양이가 개보다 좋은 이유, 아이스크림이 쿠키보다 좋은 이유, 인내는 시간낭비가 아닌가 등 임기응변을 요구하는 엉뚱한 주제들이 많이 출제된다. 심사기준은 논리력 목소리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태도 등. 토론 도중에 흥분해 소리를 지르면 『토론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자동 탈락된다. 〈뉴욕·테너플라이〓이진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