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일산 경진학교,장애-정상아 통합교육 「사랑의 유치원」

입력 | 1997-11-14 20:14:00


『진수야 이리 와. 점심 같이 먹자』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경진학교 유치부 점심시간. 올망졸망한 어린이 10여명이 서로 손을 잡고 식탁으로 모여 들며 재잘댄다. 유치원에서 아이들끼리 함께 어울려 공부하고 식사하는 평범한 이 모습이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들 중 절반은 정서장애아이기 때문. 지난 9월 문을 연 경진학교는 유치부에서 고등부까지의 정서장애아를 위한 특수학교. 초중고부에는 장애아만 있고 유치부는 42명의 학생 중 절반이 정상아다. 일반학교에 장애아반을 한 두 학급 설치해 따로 교육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특수학교에 정상아동을 입학시켜 통합교육을 하는 것은 국내 최초의 시도이자 모험이었다. 동네에 장애인 학교가 들어선다는 소문만 나도 주민들이 연판장을 돌리며 반대하는 세상에 하물며 자식을 장애인학교에 입학시킬 부모가 있을까 싶은 게 개학 전부터의 걱정거리였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였다. 21명을 뽑는 정상아의 경쟁률은 장애아의 경쟁률 3대1보다 훨씬 높은 8대1.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어린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학교 문을 두드렸다. 『요즘은 EQ(정서지수)가 중요하잖아요. 어릴 때부터 나보다 약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어울려 지낸다면 따뜻한 가슴을 키우는데 좋을 것 같아 입학시켰어요』 학부모의 한결같은 「입학의 변」에 교사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폈다. 하지만 교사들의 진짜 큰 걱정은 개학 이후였다. 정상아가 장애아를 놀리거나 따돌리면 어떡하나…. 그러나 아이들은 맑고 밝았다. 아무런 거리낌없이 서로 어울렸다. 자폐증에 걸린 아이들은 차츰 마음의 문을 열었고 정상아들은 먼저 말을 걸고 힘든 일을 서로 도우려고 나섰다. 학교에 대한 일산신도시 주민의 애정도 남다르다. 청소나 수업보조 예체능지도 등을 위한 자원봉사자가 1백명이 넘는다. 종이접기를 가르치는 주부, 밀대를 들고 복도를 닦는 대학교수, 놀이기구를 만들어주는 가겟집아저씨 등…. 임희(林姬)교사는 『우리 교실은 아이들 스스로의 배려와 사랑으로 언제나 햇살이 가득해요. 우리 아이들은 이 다음에 커서도 가슴이 뜨거운 「EQ천재」가 될거예요』라고 자랑했다. 〈윤종구기자〉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