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나는 일이 없이 가상공간에서만 부부생활을 하는 「사이버 결혼」이 등장했다.
사이버결혼은 PC통신으로 미팅신청을 하거나 대화방에서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된다. 결혼식은 PC통신 동호인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주례를 부탁한 뒤 하객을 초청, 특정한 날 지정된 대화방에서 올리고 그림으로 된 「사이버 예물」도 교환한다.
최근 사이버결혼을 한 회사원 장모씨(28)는 평소 꿈꾸어 오던 「남극대륙」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미리 정성껏 준비한 사진자료를 보며 신부와 함께 컴퓨터 대화방에서 상상속의 신혼여행을 즐긴 것.
장씨는 매일 아침 신부와 전자우편을 통해 『하루를 잘 보내라』는 인사를 주고 받고 저녁에는 서로 힘든 일을 털어놓는다. 가족과 친척의 제사 생일 등 기념일을 챙기는 것도 필수. 아이는 딸하나를 낳기로 했고 이름도 지어 놓았다.
사이버 결혼을 주선하고 있는 곳은 PC통신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 이용자가 모두 연결할 수 있는 「컴스컴」이란 정보제공업체.
현재 컴스컴을 통해 「사이버 부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20여명. 미혼 남녀들이 부부생활에 대한 예행연습으로 해보는 경우가 많지만 가정주부 등 기혼자들도 있다.
가정주부는 실제의 가정생활에서 겪는 불만사항이나 자녀교육의 문제들을 통신상으로 들고나와 총각남편에게 상담을 하기도 한다.
이들 사이버 부부가 통신상에서 결혼생활을 하는 기간은 평균 1개월. 어느 순간 마음이 맞지 않으면 가정법원의 판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대화방으로 불러 중재를 부탁한 뒤 합의 이혼한다.
연세대 김영석(金永錫·신문방송학)교수는 『사이버 결혼은 실제 생활에서 사회규범때문에 억눌려있던 자신의 솔직한 감정이나 꿈 등을 가상공간에서 표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교수는 『정서적으로 불안한 현대인들에게 위안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상업적으로 흐른다면 전화방과 같은 부정적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컴스컴 관계자는 『기존의 대화방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불량대화를 하는 사람들은 회원 자격을 박탈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전승훈·박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