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11월4일 첫 방송을 선보인 「가요무대」가 12주년을 맞았다. 그간 다른 방송사에서 비슷한 프로들이 생겼다 사라지곤 했다. 그러나 「가요무대」는 흘러간 우리 옛 노래를 들어보는 프로로는 지금 독보적 위치를 자랑하고 있다. 서글서글하고 훈훈한 인상의 중진아나운서 김동건씨(59)는 이 프로 진행을 첫방송부터 지금까지 맡아 시청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다. 그는 「가요무대」의 장수 이유에 대해 『전쟁과 격변속에 가슴에 새겨진 상처, 이를 노래로 녹여내려는 우리 정서를 TV로 살려낸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난할 때의 기억은 평생 갑니다. 중장년들이 50, 60년대 노래들을 좋아하는 것은 이 때문이지요』 그는 「가요무대」를 진행하면서 리비아 사막을 시작으로 미국 일본 브라질 등 고향을 잊지 못하는 교포들을 찾아 세계를 돌았다. 『외국 가서 태극기 흔들며 노래 부르다 눈시울 적시는 관객들을 마주하면 목이 메입니다. 막이 내려도 무대로 와 사진 찍고 손 잡아주고, 떡 만들어서 갖다주는 동포애를 접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요. 저는 그동안 사람들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절감하면서 무대에 서왔던 것 같아요』 그가 사석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는 어릴 적 친구의 부친이었던 윤극영 선생의 노래 「반달」과 「나그네 설움」. 이날 특집 무대에선 그간 방송됐던 노래 가운데 베스트12를 뽑아 들려준다. 베스트1은 「찔레꽃」. 〈권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