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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도 디지털이다』…세계 가전사들 대회전 돌입

입력 | 1997-11-03 07:34:00


과 1의 비트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기술이 인류의 삶의 방식을 바꿀 것이다」. 미국 MIT대 미디어랩의 니컬러스 네그로폰테소장의 저서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 나오는 문구다. 디지털제품의 홍수속에 아날로그기술의 대명사로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던 TV도 곧 「디지털」이란 옷으로 바꿔입는다. 내년부터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에서 디지털 본방송 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미국이 내년 8월부터 디지털 본방송을 시작해 2006년까지 완전히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키로 했다. 유럽의 경우 영국과 스웨덴이 내년 하반기부터 디지털방송을 시작하는 것을 필두로 2012년을 전후로 모두 디지털방송으로 옮아갈 전망이다. 한국도 2001년부터 디지털 시험방송을 시작, 2010년까지 본방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며 일본은 2000∼2010년까지 모든 방송을 디지털방송으로 바꾸게 된다. 이때 생겨날 디지털TV시장과 디지털방송장비시장은 수백조원의 규모로 가늠하기가 힘들 정도다. 이처럼 먼 훗날의 얘기로만 느꼈던 디지털방송이 당장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세계 가전업체들은 21세기 최대시장을 놓고 치열한 「디지털TV 대회전(大會戰)」을 갖게 된다.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빌딩. 이날 LG전자는 업계 최초로 개발한 디지털TV 수신용 집적회로(IC) 풀세트를 선보였다. 이 소식은 며칠 뒤 일본 언론에도 보도되어 일본 업체들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LG는 먼저 내놓았다고 좋아할 만한 입장은 아니다. 내년 초에 세계 유수의 전자업체들이 비밀리에 추진해 온 디지털TV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당장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대우전자가 지난달 29일 폐막한 한국전자전에 초기 형태의 디지털TV를 선보였다. 이 두 업체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수신용 IC 수준이 결코 먼저 내놓은 LG에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내년 디지털방송이 시작되는 미국시장에 출시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세계 가전업계에서 디지털TV와 관련,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업체는 일본의 마쓰시타 미쓰비시와 프랑스의 톰슨사. 마쓰시타가 개발중인 핵심칩은 LG가 개발한 5개짜리 칩보다 집적도가 높을 가능성이 있고 톰슨은 디지털위성수신기까지 장착한 제품을 내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국내 연구진들의 얘기다. 일본의 미쓰비시는 94년부터 미국 AT&T의 자회사인 루슨트테크놀로지 MIT 연구소 등과 함께 핵심칩을 개발중이며 내년 초 시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 LG전자 멀티미디어연구소의 박종석책임연구원은 『초기에는 누가 먼저 출시하느냐의 경쟁이지만 내년말이 되면 성능과 가격경쟁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방송사에서 송출하는 각종 디지털방송의 기능들을 디지털TV가 어느정도 구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한편 업계 일부에서는 디지털TV가 초기에 생각만큼 보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단 초기 제품 가격이 기존 TV에 비해 2천달러이상 비싸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 또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지난달 22일 미국 일본 유럽규격을 모두 국제규격으로 승인하면서 각 업체들은 제품라인 전략에 상당한 혼선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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