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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슈퍼미꾸라지」와 자연생태계

입력 | 1997-10-29 20:13:00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 물을 흐린다」는 말이 있지만 이제는 그 미꾸라지가 정말 온 강물을 다 흐리게 할지 모른다. 보통 미꾸라지는 10g정도. 그러나 부산 부경대에서는 2백50g짜리 팔뚝만한 미꾸라지를 만들었다. 미꾸라지 세포에서 성장호르몬 생성 유전자를 뽑아내 만든 별종 슈퍼 미꾸라지라고 한다. 가을의 별미인 추어탕이 대구탕처럼 나올 날도 멀지않은 것 같다 ▼지난 1월에는 건국대에서 산양 유전자를 이용해 대형 돼지를 만들었다. 기존 돼지보다 20%이상 크게 빨리 자라는 반면 지방질은 50%이상 줄어든 고급 육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2년전 서울대에서는 초우량 젖소도 탄생했다. 육질은 한우처럼 부드럽고 우유 생산량은 보통 젖소보다 2∼3배 이상 많다는 발표였다. 아인슈타인의 정자와 마릴린 먼로의 난자를 결합하면 어떨까 하는 발상이 나올만도 한 세상이다 ▼농산물에도 슈퍼 작물이 나오고 있다. 슈퍼 옥수수나 슈퍼 수박 등이 현실로 등장한다. 물고기나 가축 그리고 농산물의 슈퍼 품종 등장은 인류의 미래 식량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하기는 하다. 제한된 땅덩이, 제한된 생산량으로는 끊임없이 수요가 늘어나는 인간의 식량을 충족시킬 수 없다. 그래서 유전자 재조합이나 유전자이식기술을 이용한 이러한 슈퍼 품종 개발은 2000년대 국제사회의 치열한 경쟁 분야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슈퍼 품종만 자꾸 등장한다면 자연생태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얼마전 식용으로 들여온 황소개구리는 천적인 뱀까지 잡아먹으며 전래의 먹이사슬을 파괴하고 있다. 슈퍼 미꾸라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의 미꾸라지보다 25배나 큰 놈이 물속을 휘젓고 다닌다고 치자. 붕어 피라미와 더불어 평화롭게 유지되던 「미꾸라지 고향」은 하루 아침에 무법천지가 될 수밖에 없다. 두려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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