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굶주림과 참상을 TV에서 본 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대부분 안타까움속에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에 대한 분노를 덧칠한, 묘한 감정에 빠졌을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북녘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는 과연 떳떳한가. 26일 방영된 SBS 「문성근의 다큐세상, 그것이 알고 싶다」(오후7.00)는 이같은 질문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이 프로는 충남 장항에서 뱃길로 5㎞ 떨어져 있는 「어둠의 섬」 유부도, 정신질환자 수용소 장항수심원의 비리를 추적했다. 7년간 한번도 빨지 않은 이불, 소금기가 가득한 물, 문도 없는 화장실, 새우젓과 단무지가 전부인 식사를 놓고 다투는 수용자들…. 그리고 사소한 잘못으로 46일간 독방에 갇혔던 수용자와 라면 한 그릇을 위해 성추행을 감수했다는 여자 수용자의 고백은 인간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되묻게 한다. 다큐멘터리의 생명은 말 그대로 객관적인 기록성이다. 그러나 어떤 사건을 어떻게 그리느냐는 지극히 인간적 판단의 문제다. 기록성에 「인간」이라는 주제 의식이 결여된다면 사건 나열에 그칠 수 있다. 이 프로는 자칫 흥분으로 흐르기 쉬운 주제를 담담하게 다루되 인간에 대한 애정까지 놓치지 않은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6㎜ 디지털카메라로 담은 현장의 격렬한 감정은 스튜디오에 있는 MC 문성근과의 만남을 통해 걸러지면서 수용소 운영의 비리와 그 뒤편에 자리잡은 사회의 구조적인 병폐까지 파헤칠 수 있었다. 수용자를 강제노동시켜 얻는 변태적 수입과 3억여원에 이르는 정부보조금의 유출, 정부 감독기관의 태만, 정신질환자에 관한 법체계의 문제점 등이 조목조목 지적됐다. 많은 시사다큐 프로들이 좋은 기획의도로 출발하고서도 용두사미식으로 지지부진해지거나 흥분에 겨워 보여주는데 그쳐 선정성 시비에 휘말리는 것과 좋은 비교가 될 수 있다. 또 5년전 방영때 지적한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시각에서 이곳을 개편 첫방송 아이템으로 다시 찾은 것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보인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