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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고장나면 우리에게 맡겨라」. 각 기업마다 컴퓨터가 고장난 곳을 찾아가 고쳐주는 컴퓨터 AS 별동대가 사내 직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컴퓨터 만능시대에 살다보니까 기업과 대학에서 이제 컴퓨터는 「귀하신 몸」이다. 웬만한 대기업이라면 수백 수천대의 컴퓨터가 사무실마다 뇌신경처럼 퍼져 있다. 직원 한 사람마다 컴퓨터가 한 대씩 따라다닌다. 대학에서도 과제 제출이나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활용은 필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컴퓨터가 한번 고장나면 그 개인은 아무리 업무가 바빠도 꼼짝없이 놀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컴퓨터를 빌려 쓸 수도 없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는 컴퓨터 주인의 중요한 자료가 다 들어 있게 마련이다. 심지어 컴퓨터 한 대가 고장나면 그 안에 있는 자료를 꺼낼 수 없는 탓에 해당 부서원이 모두 일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풍경도 종종 눈에 띈다. 컴퓨터는 많은 도움을 줄 때처럼 반대로 속을 썩이기 시작하면 한없이 사람을 괴롭히는 애물단지다. 그래서 회사마다 컴퓨터 도사를 따로 뽑아 PC수리만을 전담하는 AS기동출동대를 설치 운영하고 있는게 요즘 유행이다. 회사로서도 「컴퓨터 고장」 곧 「업무 손실」이라는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고장난 컴퓨터를 얼마나 빨리 고칠 수 있느냐가 회사 경쟁력이라는게 이들 회사의 판단이다. 삼성전자의 컴퓨터 AS전담팀의 이름은 「헬프데스크」. 이들은 전화 한 통화면 번개같이 나타나 컴퓨터를 뚝딱 고쳐낸다. 컴퓨터를 정상으로 복구시키기가 어려운 최악의 상황이라도 헬프데스크는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데이터만이라도 최소한 살려내준다. 서울 계동 현대그룹 내에 설치된 컴퓨터AS출동팀인 「일사천리」. 이들을 호출하는 사내 전화번호도 아예 팀 이름을 딴 「1472」다. 비록 서른살 안팎의 젊은이들이 모였지만 컴퓨터 실력만큼은 누구도 감히 따라올 자가 없다. 일사천리는 현대전자에 소속돼 있어 현대그룹내 다른 계열사와는 따로 계약을 맺어 컴퓨터AS를 해주면서 본사에 외화벌이(?)까지 해줄 만큼 활약이 대단하다. LG전자에서 컴퓨터AS를 6년간 맡아온 이승현씨(30)는 『하루 평균 AS 30여건을 해결하고 있다』며 『요즘에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나 컴퓨터바이러스 등의 문제가 많다』고 말한다. 다른 AS전문요원처럼 그도 인터넷과 컴퓨터전문지를 통해 얻은 정보로 실력을 유지해가고 있다. 대우그룹의 경우에는 9월 창립한 애프터서비스 전문회사인 서비스뱅크(대표 염기홍)가 컴퓨터 수리를 도맡았다. 서비스뱅크는 세진컴퓨터랜드 출신의 컴퓨터 전문가 1천70명이 모여 있는 정보통신기기 AS만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 최초의 업체다. 이들 기업과 달리 대학에서는 컴퓨터 수리 전문가를 구하기 위해 일반 직원을 따로 뽑을 필요가 없다. 대학생들 중에는 실력이 출중한 컴퓨터마니아가 많기 때문. 대학 전산실마다 컴퓨터 동호회 회원들이나 컴퓨터도사를 자처하는 학생들이 교내 아르바이트나 자원봉사 형태로 일하고 있다. 연세대는 대학 중에서 가장 자원봉사원이 많은 학교. 무려 1천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단과대학별로 동아리 형태의 자원봉사단을 꾸리고 있다. 컴퓨터가 고장날 때마다 선후배가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광운대의 경우에는 컴퓨터동아리 회원 대다수가 교내 전산실 관리 아르바이트에 나서고 있다. 이 학교의 네트워크동호회 소속 학생들은 대다수가 컴퓨터실 관리와 수리로 PC통신료와 용돈을 해결하고 있을 정도다. 〈김종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