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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수녀 13일 장례식…종교의 벽허문 추모 열풍

입력 | 1997-09-12 20:07:00


요즘 캘커타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린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더 많은 비가 내린다. 테레사수녀가 5일 타계한 이후 캘커타 시민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큰 것을 잃었는지를 새삼스레 깨닫고 있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도행렬이 이를 말해준다. 추도행렬은 성 토머스 성당 앞 미들턴 도로를 벗어나 시내 간선도로인 파크 스트리트까지 이어진다. 비가 내려도 행렬은 줄지 않는다. 5㎞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미들턴 도로에서 꽃 두송이를 5루피(1백20여원)에 파는 아홉살 소녀 브홀라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예요. 내 꽃들로 테레사수녀의 마지막 길이 꽃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도로 주변의 상가에는 많은 포스터가 나붙었다. 상점주인이나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다붙인 글들이다. 「우리는 마더를 영원히 사랑합니다」 「우리는 마더를 잃은 것을 슬퍼합니다」. 참배객은 이미 수십만명에 달했다. 지식인 장애인 거지 노인 어린이… 모든 계층이 조문하고 있다. 종교의 구분도 없다. 캘커타 시민은 힌두교도 82%, 이슬람교도 15%, 가톨릭교도 1%, 기독교도 1%, 기타 종교 1%지만 추도행렬에는 머리에 터번을 쓴 힌두교도에서부터 이슬람교도 기독교도가 섞여 있다. 13일 장례식에는 1백만명 이상이 몰릴 것으로 현지경찰은 예상했다. 캘커타 경찰국 아흐메드총경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에 대한 경의입니다. 누구나 꺼리는 나환자,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사람, 그리고 고아 등을 보이는대로 거두고 돌보아준 수녀의 사랑을 이제 더이상 접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시민들을 저토록 애도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1천만명이 넘는 캘커타 인구의 절반 이상은 매일의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 손바닥만한 거적 하나로 사는 일가족들, 피골이 상접한 걸인들, 직업도 없이 거리에서 무위도식하는 성인남자들, 때로 얼룩진 얼굴로 외국인에게 손을 내미는 어린이들… 이런 사람들이 도처에 있다. 이들에게 테레사수녀는 구원이었고 희망이었다. 캘커타는 테레사수녀에게 가장 이상적인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평생을 희생하면서 사랑의 성(聖)스러움을 깨닫게 해준 성인(聖人)이었다. 인도군(軍)당국은 수녀의 유해가 마하트마 간디와 자와할랄 네루의 시신을 옮겼던 포가(砲架)에 실려 운구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사후(死後)의 영예도 캘커타 빈민들의 슬픔을 달래주지는 못하고 있다. 〈캘커타〓정동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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