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자손 때문에 애국지사 후손의 명예를 빼앗겼던 항일독립군의 자손이 소송을 통해 25년만에 명예는 되찾았지만 그동안 받지 못한 보상금은 받을 길이 없는 억울한 처지에 놓였다. 대한독립단을 결성하고 항일독립운동을 벌이다 일제에 의해 피살된 박장호(朴長浩)선생의 손자 박정훈씨(79)가 억울한 사연의 주인공. 박씨가 후손논쟁에 휘말린 것은 유공자 특별원호법이 제정된 지난 70년. 당시 동생 친구였던 P씨(61)가 『박장호선생의 서훈을 대신 신청해 주겠다』고 하자 별 생각 없이 박장호선생의 영정 유품 문집 등을 내준 것이 화근이 됐다. 서류를 가져간 P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박장호선생의 장손인 것처럼 호적을 위조한 뒤 정부가 박장호선생에게 추서한 건국훈장 공로장을 대신 받고 원호처(현 보훈처)에서 유족연금까지 받아왔다. 그때부터 독립유공자 자손이라는 명예를 찾기 위한 박씨의 힘든 싸움은 시작됐다. 박씨는 유족확인 처분이 잘못됐다며 청와대 원호처 등에 수십차례 진정했으나 「증빙서류 부족」을 이유로 매번 거부당했다. 결국 박씨는 93년 4월 국가와 보훈처를 상대로 정식소송을 제기한 끝에 95년 대법원에서 승소, 유족지위를 법적으로 인정받았다. 독립유공자 자손이라는 명예를 회복한 박씨는 억울하게 빼앗긴 그동안의 연금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냈으나 「독립유공자 연금은 유족지위가 확정된 달부터 지급한다」는 법규정에 가로막혀 또 한번 눈물을 흘리고 만 것이다. 〈공종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