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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일본법원의 양심

입력 | 1997-08-17 20:03:00


영해침범혐의로 나포된 대동호 金順基(김순기)선장에 대한 재판에서 일본의 지방재판소가 공소기각 판결을 내림으로써 한일 어업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법리상 일본의 일방적인 새 영해법 시행은 배타적 주권행사이기 이전에 명백한 불법행위임을 확인한 것이다. 한일 어업협정은 어느 한 당사국이 협정 내용을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상대국에 통보해 동의를 구하도록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불법 어로에 대한 단속권은 선적국이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두 규정을 모두 어기고 직선기선을 적용한 새 영해법을 일방적으로 시행했고 한국 어선을 불법 나포했다. 일본 정부가 올해 새 영해법을 시행, 한동안 적용치 않고 있다가 지난 6월부터 갑자기 한국 어선을 나포하기 시작한 속셈은 뻔하다. 한일 어업협정개정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독도문제 등이 걸린 2백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획정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일방적인 강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국제법과 관례에 따라 합리적으로 타결돼야 한다. 일본의 법원이 자국정부의 무리한 국익추구에 제동을 걸어 양심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 것은 다행이다. 판결의 근거는 일본의 불법성을 지적한 한국정부의 주장과 일치한다. 그러나 일본 검찰은 이 판결에 불복, 즉각 항소했고 해상보안청은 어선나포를 계속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일본 외무성도 주장을 바꿀 것 같지 않다. 일본이 진정 인접국과의 우호선린을 원한다면 법원의 양심에 귀기울여야 한다. 이미 저지른 불법행위를 깨끗이 정리 사과하고 국제기준에 맞는 협정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