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의 친구들이 힘을 내라고 격려를 많이 해줬어요. 올바르게 자라서 사회에 나가 제 몫을 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지난 15일 집으로 찾아간 기자에게 「호루라기 소년」 卞志旻(변지민·13·천호중 2년)군은 아직도 자기의 잘못으로 아버지를 잃었다는 자책감 때문인지 얼굴을 숙인 채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민군은 여름방학을 맞아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아현터널안에서 전기설비작업을 하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따라 나섰다가 아버지가 터널로 진입하는 열차를 미처 피하지 못해 변을 당한뒤 아직까지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터널공사장의 「열차감식원」으로 나섰던 지민군은 사고 당일 다른 인부와 달리 아버지만 터널안의 대피공간으로 피하지 못해 숨지자 자신이 호루라기를 세게 불지 못한 탓이라며 터널 입구에서 고개를 떨구고 주저 앉아 밤늦도록 울었다. 지민군 가족은 아버지가 전기설비센터를 운영하다 빚으로 문을 닫은 뒤 지난해 겨울부터 서울 강동구 상일동 주공아파트 18평짜리 이모 집으로 거처를 옮겨 함께 살고 있다. 명랑한 성격인 지민군은 아버지가 추운 겨울날 트럭 행상을 할 때는 아버지를 따라 서울 근교 농가의 비닐하우스 바닥에서 새우잠을 자며 배고픔과 추위에 떨었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있어 행복했다. 지민군의 사연(본보 4일자 31면 보도)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격려전화와 편지가 쇄도했다. 『지민이 형의 아픔을 같이 나누고 싶다』며 모아둔 용돈을 내놓은 초등학생에서 『사연과 함께 실린 지민군의 사진을 보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며 학비를 보내온 칠순 노인에 이르기까지 온정이 줄을 이었다. 대한항공기 추락사고로 친구를 잃었다는 한 중년여성은 「착하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 천국에 계신 아버지도 지민이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말야」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와 지민군 가족을 울리기도 했다. 지민군의 어머니 이병섭(李炳燮·41)씨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실줄 몰랐다』고 눈시울을 붉히면서 『따뜻한 사회에 보답하기 위해 사업가가 되겠다는 지민이의 꿈이 이뤄지도록 열심히 뒷바라지 하겠다』고 말했다. 본사는 그동안 접수된 성금 1천3백43만8천원을 지민군 가족에게 전달했다. 〈박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