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123〉 나는 왕과 왕의 신하들과 그리고 수많은 백성들과 서둘러 작별인사를 하고는 배에 올랐습니다. 나의 출발을 아쉬워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향하여 손을 흔들어대고 있었습니다만 나는 거기에 대하여 손을 들어 응답해줄 기력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픔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고, 그리고 그때 갑자기 손발이 저려오면서 졸음이 밀려들어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뒤에 일어난 것은 기억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곧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으니까요. 내가 잠에서 깨어나보니 내가 탄 배는 망망대해를 항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 다시 본래의 얼굴로 되돌아와 있었습니다. 우리가 탄 배는 교역을 할 생각은 도무지 없었기 때문에 지체하는 일 없이 부지런히 항해를 계속하였습니다. 정말이지 이번처럼 아무 사고 없이 순조롭게 고국으로 돌아가는 항해는 내 생전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함성 소리가 들려 갑판으로 올라가보니 수많은 해적선이 우리 배를 에워싸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선장과 선원들은 무장을 하고 저항을 해보았습니다만 중과부적이었습니다. 사슬갑옷과 투구로 중무장을 한 해적들은 험상궂게 생긴 칼들을 뽑아들고 우리의 배 위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는 저항하는 선원들을 모조리 베어 죽였습니다. 한바탕 난투극이 벌어지고 이제 더 이상 저항할 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그 악귀같은 해적들은 남아 있는 우리들을 개패듯 두들겨팼습니다. 그리고는 배도 짐도 모두 빼앗아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들을 섬으로 끌고 가 노예로 팔아버렸습니다. 『늘그막에 무슨 비참한 꼴이람』 노예로 팔려가면서 나는 혼자 소리쳤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나를 산 사람은 부자인데다가 인심이 후한 사내였습니다. 그는 나를 자기 저택으로 데리고 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의복까지도 한벌 내주었습니다. 내가 음식을 먹고 옷을 갈아입자 주인이 물었습니다. 『너는 무슨 손재간이나 기술이 있느냐?』 그래서 나는 대답하였습니다. 『나리, 저는 상인이라 장사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주인은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습니다. 『장사? 그렇지만 나는 노예한테 장사를 시키기 위해 너를 사온건 아니야. 너 혹시 활 쏘는 법은 아느냐?』 『활이라고요? 잘 쏘지는 못하지만 그만한 일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됐다. 내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도록 하라』 그러나 주인은 나에게 무슨 일을 시키겠다는 말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이튿날 날이 샐 무렵, 주인은 활과 화살을 가져오더니 나를 코끼리 등에다 태웠습니다. 그리고는 자신도 코끼리 위에 올라타더니 날이 채 밝지도 않았는데 집을 나섰습니다. 우리가 탄 코끼리는 커다란 나무들이 들어선 숲을 지나 높다랗고 우람한 한 그루의 거목 옆에 이르렀습니다. 그때서야 주인은 말했습니다. 『자, 이 나무 위로 올라가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