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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이명건/『아들-딸을 낯선 괌에 묻고…』

입력 | 1997-08-11 21:05:00


『딸의 가족을 이국땅에 남겨놓고 떠나려니까 발걸음이 영 떨어지지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낯선 땅에서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고…』 11일 오전 대한항공 801편 희생자들의 영정이 마련된 괌 퍼시픽스타호텔 분향소. 딸 부부와 손녀 두명을 졸지에 잃은 유가족 김모씨가 영정앞에서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가족들의 시신이 발굴됐는지 여부조차 모른다는 김씨는 『시신을 찾아 함께 돌아가고 싶지만 사고이후 몸져 누운 아내 때문에 돌아가봐야 할 것 같아 일단 12일 새벽 비행기를 예약해 놓았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신원을 확인한 숫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해 11일 오전까지 기다리다 못해 한국으로 돌아간 유족이 벌써 30여명. 전날 NTSB가 유족들을 대상으로 시신발굴작업에 대한 설명회를 할 때도 『유족들이 한국에 돌아가도 시신이 한국에 전달되는데 문제는 없느냐』는 질문이 빗발쳤다. 『유족들이 할 일은 더 이상 없다. 한국에 돌아가 있으면 한국정부를 통해 시신은 안전하게 전달될 것』이라는 NTSB측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유족들은 미덥지 못한 표정들이었다. 이 때문인지 유족들은 계속 남아 있다가 시신과 함께 귀국해야 할지, 아니면 먼저 돌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고로 딸을 잃은 조성훈씨(54)는 『자기만 두고 간다고 딸이 섭섭해 할지 모르지만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분향소에 마련된 아들의 영정을 멍하니 바라보던 한 어머니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슬픔보다 어디서 어떻게 썩고 있을지 모를 아들을 남의 손에 맡기고 기다리기만 해야하는 무력함에 더 가슴 아프다』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괌〓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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