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鄭淳吉(정순길·42)씨는 회사 출장이나 가족 나들이를 위해 지방에 갈 때마다 짜증이 난다. 지난달말 승용차로 서울을 떠난 정씨는 충남 금산에 가기 위해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했다. 대전 톨게이트를 벗어나 시내로 들어서자 금산방향을 안내하는 도로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10여분을 달리자 이번엔 삼거리가 나왔다. 그렇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표지판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씨는 한참을 망설이다 뒷차가 경적을 울리자 무작정 직진했다. 금산으로 가는 국도에 제대로 들어섰음을 안 것은 10여분 이상을 달리고 나서였다. 지방의 국도일수록 표지판이 부족하거나 잘 보이지 않아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표지판이 멋대로여서 낭패를 당하는 것은 서울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을 향할 경우 「시청」표지가 나타났다 숨었다를 반복해 표지판에 의존해 운전하기 힘들다는 것이 외국관광객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도로표지판은 무엇보다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목적지까지의 예고내용은 물론 경유지 방향표시를 분명히 해야 운전자가 물흐르듯 따라갈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도로의 표지판은 문제투성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표지판만 보고 달리다가는 엉뚱한 길에 들어서기 십상이고 「내가 어디쯤에 있는지」 알기 힘들 때도 많다. 예고 표지에는 「사거리」라 해놓고 조금 달리다 보면 「구청」이 튀어나오는 등 연관성 없는 표기도 적지 않다. 글자 크기가 작고 야광표시가 없어 밤에 이용하기 힘든가 하면 지자체별로 각각인 것도 눈에 띈다. 정씨는 『표지판을 보고 따라가는 것보다 중간중간에 차를 멈추고 주유소 직원이나 다른 운전자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 더 편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한다. 〈송상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