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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서관은 「만화방」』…본보취재팀 서울6개대 조사

입력 | 1997-07-18 20:20:00


《각 대학도서관의 인기 대출도서 대부분을 대중소설이 차지하고 있고 전공서적 및 사회 인문 교양서적 대출은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대학 할 것 없이 무협지와 만화가 대거 대출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 국내 대학생들의 독서풍토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본보취재진이 서울시내 6개 대학의 올 1학기 대출순위 집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서강대의 경우 대출순위 30위안에 소설이 21권이나 차지한데 비해 전공서적은 단 2권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학들도 비슷한 상황으로 고려대는 20권,서울대 18권, 중앙대와 건국대 각각 15권, 경희대는 14권의 소설이 도서대출 순위 30위안에 들었다. 특히 중앙대는 만화가 K씨의 「십팔사략」 각 권이 도서대출 순위 1위를 차지하는 등 만화 6권이 30위안에 들었다. 대출순위 상위권을 대거 잠식하고 있는 대중소설가운데 특히 「동방불패」 「영웅문」 등 각종 무협지가 많아 각 대학도서관의 대출순위를 휩쓸다시피 하고 있다. 한양대에서는 이와 관련, 올 학기 초 학보를 통해 「대학도서관을 무림고수(武林高手)들에게 내주는 건 생각해 볼 일이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학생들의 대출경향이 이처럼 가벼운 읽을 거리에 치중되고 있는 것은 대학도서관이 시험이나 고시공부를 위한 「공부방」으로 변해버린 현실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서울대는 「민법주해」(곽윤직저)가 대출순위 7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 고시관련 서적 3권이 30위에 포함돼 있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꼭 필요한 전공책만 볼 뿐 관련서적은 찾아보려고 하지 않는 중고등학교식의 수동적 공부방식이 대학생들에게 여전히 남아 있고 가르친 것에서만 시험문제를 내는 교수들의 획일적 출제방식도 또 다른 요인으로 지적됐다. 고려대 4학년 이모씨(26)는 『전공책은 학기 초에 교수가 지정해주는 것만 구입한다』며 『시험때도 굳이 다른 책을 찾아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도서관장 秦敎勳(진교훈)교수는 『대학생들이 고전과 전공관련 서적 읽기를 게을리 하는 것은 국내 대학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깊이 있고 포괄적인 독서습관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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