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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인성교육현장/학부모체험기]파리7년거주 곽경희씨

입력 | 1997-06-23 07:49:00


프랑스 파리에서 7년동안 생활하면서 파리시민들이 자녀들에게 많은 결정권을 주는 것을 목격했다. 부모와 자녀가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모두가 가정의 주인이라는 전제하에 아무리 어린 자녀라도 발언권을 주고 자신의 결정에 대해 책임지도록 한다. 아이들이 싫어하더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을 경우 반드시 그 이유를 설명하고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무척 신경을 쓴다. 일례로 가족여행을 할 때 아이들이 한 곳에 머물자고 고집을 부리면 「여행이란 여러 곳을 돌아보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식으로 설득하고 동의를 얻는다. 이런 「파리의 규칙」에 익숙해진 우리 아이들은 귀국후 집안일에 대해 자기의 발언권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가끔 나를 당황하게 했다. 한번은 딸 예나와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내가 다른 급한 일이 생겨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딸은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따졌다. 자기도 독립된 인격체라는 말이었다. 나는 아이들의 이런 의식과 자세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생활할수록 아이들이 현실속에서 좌절하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친지나 이웃들은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버릇없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반응한다. 학교나 가정이나 우리사회의 관행이 아직 어린아이들의 의견을 들어주고 설득해 인격적으로 키울만큼 성숙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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