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총본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잇단 회원사들의 부도사태에 맞춰 도입된 「부도방지협약」을 놓고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전경련은 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시장경제원리를 수용, 국민들의 수요에 맞는 형태로 변신해야 한다』며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규제의 대폭 해제와 함께 공무원을 90%까지 줄여야 한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전경련은 진로에 이어 대농까지 부도방지협약 혜택을 받게 됐는데도 가타부타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같은 전경련의 태도는 평소 소신과 현실이 어긋난데 따른 것. 전경련의 평소 주장대로라면 부도방지협약은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난다. 전경련은 모든 것을 시장의 기능에 맡겨야 하며 정부는 시장에 일절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회원사들이 그 혜택을 입고 있는 마당에 부도방지협약이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난다고 감히 주장하지 못한채 입을 다물어버린 것이다. 현실과 소신 사이의 고민이 처음은 아니다. 전경련 회장단은 올해초 신동방그룹이 미도파에 대한 적대적인 인수합병(M&A)을 시도할 때 적대적인 M&A를 반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시장경제원리와 상치되는 내용이다. 〈이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