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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파행인사 어디까지]『비상임이사회는 들러리』

입력 | 1997-05-31 20:13:00


은행장 후보 추천을 위한 비상임이사회가 정부의 노골적인 인사개입으로 들러리 단체로 전락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금융개혁의 한 축이었던 관치(官治)인사 타파는 공염불이라고 자조하고 있다. 지난 30일 열린 외환은행장 후보추천위원회(비상임이사회)는 당초 내부승진이 기대되던 朴俊晥(박준환) 趙成鎭(조성진)두 전무를 행장후보에서 아예 배제했다. 정부가 진작부터 洪世杓(홍세표)한미은행장을 후임 행장으로 낙점했기 때문. 외환은행장 후보추천위는 이날 행장 추천을 돌연 연기, 겉으로는 반발하는듯한 인상을 풍겼지만 이것도 비상임이사들의 체면을 세우기 위한 포장에 불과하다는 풀이를 낳고 있다. 정부는 금융의 대외개방과 금융자율화 등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명분 아래 지난 1월 은행법을 개정, 비상임이사제도를 도입했다. 정부와 5대 재벌그룹 및 기관투자가를 제외한 주주대표들로 비상임이사회를 구성, 신임 행장 추천에 전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입김 등 외부압력이 완전히 차단된 셈. 그러나 외환은행 비상임이사들은 이번 후임 행장 추천과 관련, 비상임이사제도의 자율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기 보다는 결국 정부 내정인사를 추인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이날 행장추천위에 참석한 대부분의 비상임이사들은 「관치금융의 대리인 역할」에 무척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정부의 내정인사를 거부할 입장이 아니라는데 암묵적으로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임이사들이 이처럼 힘없이 꼬리를 내리는 이유는 어찌보면 간단하다. 주주대표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1% 미만의 주식을 보유한 이들은 은행경영을 잘 모르는 문외한이 대부분이고 또 해당 은행으로부터 직접 대출을 받는 고객이어서 애당초 객관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 한 비상임이사는 『행장추천위에서 홍세표 한미은행장을 후보로 거론한 적은 한번도 없다. 정부는 행장 추천권까지 빼앗아가면서 비상임이사회는 왜 만들었느냐』고 반발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 큰 소리는 내지못했다. H은행 고위관계자는 『비상임이사회는 현직 행장이 추천하는 이사진이 주도하고 인사외압은 주로 현직 행장을 통해 이사회로 전달되기 때문에 비상임이사진의 결정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귀띔했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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