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접대부」에 관한 첫 보도(본보 5월29일자 46,47면)가 나간 뒤 본사에는 경찰 구청 학교 등 관련기관에서 수십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에 이르렀느냐』는 개탄과 『딸 키우기가 겁난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담긴 독자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던 터라 이들 기관의 즉각적인 반응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들의 관심은 예상밖으로 다른 데 있었다. 서울 S경찰서에서는 수차례에 걸쳐 『기사중에 인용된 김민영양(17·가명)이 일하는 M단란주점이 우리 관내에 있다는데 정확한 업소이름이 뭐냐』고 물어왔다. 『여고생 접대부가 있는 단란주점이 한두군데가 아닌데 왜 꼭 그 업소를 알려고 하느냐』고 묻자 경찰관은 『신문에 구체적으로 보도된 그 업소만큼은 꼭 단속을 해야 상부에 보고도 할 수 있고…』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장학관은 『「위」에서 난리다.여고생 접대부들이 다니는 학교와 그 학생들의 이름을 알려줄 수 없느냐』고 성화를 부렸다. 이같은 전화는 다음날 「여고생 접대부 영업, 뒤 봐주는 경찰 있다」는 제목의 후속기사가 나간 뒤에도 계속됐다. 서울시내 여러 경찰서에서 『경찰관이 여고생 접대부의 술시중을 받았다는 M단란주점이 어디냐. 혹시 우리 관내냐』고 물어왔다. 한결같이 「여고생 접대부」의 근본 대책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내 책임 범위에 있는 「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이었다. 더욱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는 것은 단란주점 업주들의 반응. 경남지역에서 전화를 걸어온 한 남자는 『시골에서는 여고생을 고용하지 않고 단란주점 영업을 할 수 없는데 이런 기사를 쓰면 어떡하느냐』고 시비를 걸었다. 이런 어른들이 우리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한 「여고생 접대부」문제의 근원적 해결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마음을 짓눌렀다. 부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