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저녁 식사시간에 갑자기 정전이 됐다. 밖에 나가보니 10가구가 입주해 있는 우리 빌라동만 캄캄했다. 주민들이 나와 무슨 일이냐며 웅성거렸다. 한전 123번으로 신고했더니 1시간 가량 뒤 직원 2명이 나왔다. 그런데 그들은 정전에는 아랑곳 없이 주민들에게 전기요금 납부 영수증을 가지고 나오라는 것이었다. 혹시 무슨 잘못이라도 있는가 해서 모두 영수증을 갖고와 건넸다. 그들은 영수증을 보고 무언가 서류를 작성했다. 알고보니 자동납부 신청서였다. 주민들은 알지도 못한 채 그들에게 통장번호와 예금주 이름까지 알려준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지켜본 주민들은 『정전된 것은 해결도 안해주고 자동납부 신청을 받는 것은 무슨 행위냐. 정전과 자동납부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항의했다. 그들은 가슴에 달린 「한국전력공사 」라는 명찰을 가리키면서 『한전에서 왔습니다. 왜 못 믿으세요』라며 큰소리를 쳤다. 자동납부 신청을 다 받은 후에야 밖에다 대고 『연결해』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나서 잠시뒤 전기가 들어왔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자동납부 신청을 받기 위해 일부러 단전을 시켰거나 아니면 정전을 기화로 자동납부 실적을 올린 얄팍한 행위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정당한 방법으로 홍보하고 이용토록 해야 할 줄로 안다. 권인숙(서울 강서구 화곡7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