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도방지협약이 적용된 진로그룹은 94년 창립 70주년때 張震浩(장진호)회장이 물 환경 유통 상사부문 등 4개 부문으로 사업구조를 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로는 지방의 일부 식품공장을 매각하고 95년 진로제약을 진로유통 사업부로 합병한 것 외에는 구조조정을 한 게 없다. 오히려 맥주시장에 뛰어들어 5천억원의 자금을 쏟아붓는 등 사업확대에 주력해왔다. 이 그룹의 한 관계자는 『한보부도 전 구조조정에 착수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며 『구조조정 계획은 있었지만 이렇게 상황이 빨리 닥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진로와 대조적인 측면이 있다. 지난 95년말부터 구조조정을 추진해온 두산은 작년말 부도설이 끊이지않자 더욱 과감하게 사업정리에 나섰다. 두산종합식품 등 5개 계열사를 다른 계열사에 통폐합하고 한국3M과 한국네슬레 지분도 완전매각했다. 두산음료 유가공 기계 등 일부 사업에서도 철수, 7천억원을 챙겨 부도위기를 일단 모면하고 있다. 두산은 이에 따라 계열사가 29개에서 25개로 줄고 재계 순위도 12위에서 14위로 떨어졌지만 내부에서는 『거품을 빼는 구조조정 작업의 결과』라고 평가한다. 비교적 안전하다는 주요 재벌그룹들도 각 기업내의 한계사업 정리를 통한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 삼성 LG 대우 등 주요그룹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계열사내의 한계사업을 대폭 정리하는 한편 반도체 정보통신 유전공학 등의 유망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 LG화학의 경우 작년 9월부터 기업내 사업부문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는 단계. 기존의 13개 사업부문을 46개 사업부로 잘게 쪼개 각 사업부 팀장에게 전권을 맡기고 2년내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사업부문은 과감히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도 상사 의류 건설 등 3대사업부문을 1백73명의 소사장에게 권한을 이양해 경쟁력이 있는 부문만 살려나가겠다는 구상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밖에 거평 신호 신원 나산 등 그동안 기업매수나 신규사업 진출로 창업이래 계열사 확장일로를 달려온 중견그룹들도 최근 부도설이 나돌면서 사업을 매각하거나 유사업종의 계열사를 합병하는 등 내실경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LG경제연구소 丁鎭夏(정진하)이사는 『불황을 맞아 각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라며 『경영상태가 극한상황에 이르기 전에 과감히 한계사업 정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은 이제 각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키워드」로 떠올라 재계판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영이·박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