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발표된 미국 국방부의 4개년 국방전략 검토보고서는 「현실적 필요」와 「미래에 대한 투자」 사이의 타협의 산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군에 대한 기존의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21세기 첨단전쟁에 대한 대비도 꾀했다는 얘기다. 냉전이 끝났다고 해도 미군 수요는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 않다. 한반도와 중동을 비롯한 세계 도처에서 크고 작은 분쟁들이 발발할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 게다가 평화유지 활동과 인도주의적 임무수행 등 냉전종식후 새롭게 추가된 역할 또한 적지 않다. 이런 눈앞의 수요를 무시하고 해외주둔 미군을 급격히 감축하거나 그 배치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윈윈전략」의 유지는 비근한 예다. 그렇다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안할 수는 없다. 전쟁은 갈수록 지능화하는데 계속 냉전때의 무기와 사고에 의존할 수는 없다. 불필요한 부분은 줄이고 남는 돈으로는 첨단장비의 구입과 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같은 노력은 곧 미래에 대한 투자다. 아시아와 유럽주둔 미군을 계속 놔두기로 하면서 동시에 현역 군인 6만명을 감축하고 2001년까지 2개의 미군기지를 폐쇄하겠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현실과 미래의 타협이므로 보고서는 자연히 일부 군사전문가들이 원했던 보다 전향적인 변화를 담고 있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21세기의 전쟁은 더 이상 하나의 강대국과의 핵전쟁이나 전면전의 양상을 띠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이보다는 오히려 지역분쟁 국제테러 전자교란 등이 더 보편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경우 군은 △기동력이 뛰어난 소규모 부대 단위로 재편돼야 하고 △군인들은 첨단 정보 통신기술에 대한 교육으로 무장돼야 하며 △최첨단 감시 및 정보처리 장치가 부대별로 설치되어야 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런 부분들에 많은 자원을 할당하지 않았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군사전문가 마이클 오핸런은 『코언국방장관이 구식 전투기와 군함 구입에 너무 많은 돈을 쓰려 한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이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