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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행대출 『부익부 빈익빈』…中企 『그림의 떡』

입력 | 1997-05-10 20:16:00


『다들 돈 못구해 난리인데 금리는 떨어지다니… 어딘가 이상하군요』(중소기업 임원) 『신용도가 좋은 대기업은 자금이 넘치는 반면 재무구조가 나쁜 대기업이나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돈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전형적인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H종금사 자금부직원) 한보 삼미그룹 부도이후 대부분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한 가운데 시중실세금리는 연일 떨어지는 등 자금시장에 이상(異常)기류가 흐르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그만큼 돈구하기가 수월하다는 얘기인데 대부분 기업들은 「웃기는 소리」라고 빈정거리고 있다. 대표적인 시장실세금리인 회사채(3년)금리는 지난 3월24일 연13.0%로 천장을 친 이후 계속 하락, 이달 10일에는 연12.28%로 뚝 떨어졌다. 단기금리지표인 양도성예금증서(CD)도 같은 기간에 연14.20%에서 13.05%로 1.15%포인트 급락했다. 금융관계자는 『자금시장이 통화당국의 의지보다는 대기업의 자금수급상황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대기업이 돈을 구하러나서면 금리가 올라가고 반대로 대기업의 자금요청이 줄어들면 금리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J종금사 관계자는 『이달들어 현대 삼성 LG 등 주요 그룹의 자금요청이 거의 끊긴 상태』라면서 『이들은 이미 쓸만큼 자금을 확보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그는 대기업의 자금수요가 뜸해진데는 △金賢哲(김현철)파문으로 정계와 재계가 어수선한 가운데 대선(大選)정국까지 겹치면서 투자마인드가 크게 위축된데다 △최근 발효된 부도방지협약으로 부도라는 극한 상황은 모면하지 않겠느냐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기업이 돈을 덜 쓰기때문에 은행 종금사 등 금융기관의 자금여력은 한보 삼미그룹의 연쇄부도 때보다 오히려 늘어났다는 게 금융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이른바 「부도징후리스트」에 오른 일부 그룹이나 담보를 제시해도 「찬밥」대접을 받는 중소기업에는 자금구하기가 여전히 어렵다. 금융기관 「금고」에는 돈이 넘치지만 골라가면서 대출해주다보니 애매한 중소기업만 골탕을 먹는 셈이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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