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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트」 「아버지」통해 본 두세대 ▼ 두 손을 활짝 펴들고 눈을 감은 채 오토바이로 질주하는 젊은이. 암에 걸려 듬성듬성 빠져버린 잿빛 머리칼을 움켜쥔 채 마른기침을 해대는 아버지. 「비트」와 「아버지」. 가정의 달 5월, 한동안 잊고 살았던 우리의 자화상을 돌아보게 하는 한국 영화다. 「비트」는 지난 주말 개봉한 뒤 한국영화로서는 근래 보기드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서점가를 강타한 동명소설을 영상화한 「아버지」는 10일 개봉된다. 「스무살의 혼돈과 피로」를 그려낸 허영만의 동명만화를 바탕으로 한 「비트」의 주인공은 고교생 민(정우성)이다. 머리는 좋지만 공부가 싫고 싸움을 잘하지만 깡패는 싫다.영화는 『나에게는 꿈이 없다』는 민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그림은 온통 싸움질이다. 이 독백은 그러나 스무살을 전후한 젊은 관객들에게 『너희는 꿈이 있니?』라는 반문으로 다가선다. 학교와 집, 학원을 오가며 반복되는 일상에 매달린 고교생. 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해 자신을 눌러대면서 기성세대의 잣대에 맞춰가는 젊음들. 바로 자신을 죽여가는 과정이므로 꿈이 없다는 것이 「비트」의 메시지다. 기성세대에게는 치기어린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스물의 고개를 넘어서는 젊은이들에게 「내 꿈은, 나의 현실은 어떤가」라는 무게있는 여운을 남긴다. 비트족(Beat Generation). 2차대전후 혼란한 미국사회에서 마약과 재즈와 스피드에 심취하는 반체제적 저항문화속 젊은이들. 「에덴의 동쪽」 「이유없는 반항」 등에서 우수와 저항을 내비쳤던 제임스 딘이 세기말의 서울 충무로에 정우성이란 이름으로 다시 살아난 셈이다. 「비트」에서 외면하고 있는 아버지의 자리를 조명한 영화가 「아버지」다. 죽도록 일만 하면서도 너무 올곧기만 해서 제대로 승진도 못한 아버지. 어느날 췌장암에 걸렸음을 알게된다. 의사친구에게서 처음 암선고를 받는 자리. 아버지의 첫마디는 자조적인 중얼거림이다. 『집사람한테 욕깨나 먹겠군. 그토록 술 담배 끊으랬더니, 잠자기 전에 손발 닦으라고 했는데 말 안들었다고…』 아내의 무관심과 형식적인 응대, 자녀들의 원망과 따돌림속에서 빈자리에 서있던 아버지는 꿋꿋하게 죽음을 준비한다. 끝내 안락사를 선택하고 가족들과 아름답게 헤어지기 위한 몸부림이 이어진다.불경기의 늪에서 가라앉은 현실이 투영된 이 영화는 흔들리는 중년 가장들을 거울처럼 리얼하게 비추고 있다. 휘청거리는 허리와 흔들리는 어깨, 내리 덮이는 눈꺼풀 등 「고개숙인 중년」들…. 서울의 비트족들은 『꿈이 없다』고 한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스스로 『불행한 세대』라고 되뇐다. 비트족과 아버지가 같이 모처럼 한국영화를 본다면? 잃었던 가족을 다시 찾은 기분이라고 할까, 아니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대라고 고개를 돌려 버릴까. 〈김경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