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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景氣 봄이 오려나(下)]『내수 깊은 잠』출구 안보인다

입력 | 1997-05-01 19:54:00


썰렁한 매장, 뚝 떨어진 매출, 쌓이는 재고. 『이런 불경기는 지난 79년 개점이래 처음입니다. 세일을 해도 약효가 없어요』(서울 롯데백화점 관계자) 지난달 20일까지 열흘간 봄 정기세일을 했던 롯데 신세계 현대 미도파 등 대형백화점의 매출 성적표는 F. 미도파가 작년 봄세일 때에 비해 20.7% 줄어든 것을 비롯, 다른 백화점들도 5%안팎으로 감소했다. 재래시장은 더하다. 『가장 재미없는 때가 한여름인데 요즘은 예년의 땡볕철보다 장사가 더 안돼요』(서울 평화시장 상인) 수출은 약간 회복기미를 보이지만 내수시장의 불황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 흥인시장의 한 상인은 『작년 매출의 60∼70% 수준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매장을 둘러보는 고객이 눈에 띄게 줄었고 그나마 흥정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며 한숨지었다. 아예 팔려고 내놓은 매장도 줄을 이었다. 평화시장 주변 부동산업자들은 『상점 매물은 쌓이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권리금이 바닥을 기는 형편』이라고 귀띔했다. 「불황이라고 안먹고 안마시나」 해오던 음식점 술집 등 서비스업종도 비명을 지르기는 마찬가지. 서울 종로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정모씨(45)는 『손님들의 귀가시간이 빨라지고 있다. 밤 11시면 썰물처럼 손님이 빠진다』면서 『7명이던 종업원을 4명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과거 고성장기의 경기순환적 불황기에도 보기 어려웠던 극심한 내수침체의 배경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소비자들이 불황 장기화에 대비, 자발적인 소비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작년말부터 경제위기론이 폭넓게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기업들이 사업 및 고용구조의 다운사이징을 통해 저성장체질로 옮겨가고 있는 것도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 실업자가 급증하고 임금동결을 선언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근로자들 사이에 생계불안심리가 번지고 있다. 소비위축(구매력 저하)이 곧바로 내수침체의 심화로 이어졌다. 각종 내수관련 지표가 이를 잘 말해준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내수용 소비재출하 증가율은 작년 4.4분기(10∼12월) 5.9%에서 올 1.4분기(1∼3월) 마이너스 1.4%로 급감했다. 내구재의 품목별 출하는 중형자동차가 지난 1.4분기 중 작년동기에 비해 35.9%, 세탁기가 15% 줄었다. 金聖植(김성식)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소비위축이 매우 빠르고 격렬한 형태로 진행됨에 따라 실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나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鄭文建(정문건)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수출 및 생산은 지표상으로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소득증가율은 이에 미치지 못해 빠른 시일내에 내수가 활기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하반기에 수출경기가 확실히 되살아나면 내년쯤 국내경기에도 봄이 찾아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가 크게 위축된 이 시기를 건전소비 정착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李漢久(이한구)대우경제연구소장은 『작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현재의 소비행태도 소득능력을 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과소비』라면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고 주장했다. 彭東俊(팽동준)한국은행 조사2부장은 『지금이야말로 우리경제의 거품을 걷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소득 범위내에서 능력에 맞는 소비를 하되 그 내용도 먹고 마시는 비생산적인 소비에서 제조업체의 생산을 유발하는 건전한 소비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팽부장은 『건전한 소비로 경기를 진작하는 새로운 경기순환패턴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정상무는 『호화해외여행을 자제하는 등 부의 해외유출을 줄이는 일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강운·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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