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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자회담 미국 밑그림]對北관계 개선따라 발언권 강화

입력 | 1997-04-18 20:15:00


《20세기 마지막 냉전지역인 한반도에도 안정과 평화의 길이 열리는가. 또 길게 봐서 민족의 숙원인 통일의 길로 들어서는가.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게 될 44년만의 대좌에 거는 한민족의 기대는 결코 작지 않다. 물론 북한의 자세에 따라, 또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나타날 난제도 많을 것이다. 4자회담과 함께 앞으로 전개될 한반도 상황을 보는 주변국의 입장도 미묘하다. 회담의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 역사적으로 한반도와 민감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일본의 입장을 알아본다.》 북한의 4자회담 수락에 따라 미국은 한반도의 밑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추구해온 대(對)한반도의 기본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내부사정이야 어떻든 4자회담 수락으로 희미하나마 한반도는 안정의 길로 들어서는 조짐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의 연착륙 또는 개방을 유도하고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의 안정을 통한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전자가 단기적이고 전술적인 목표라면 후자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목표다. 미국은 북한을 끌어내야 한다. 북한을 경제와 식량난 속에 팽개쳐 둘 경우 붕괴가 불가피하고 급작스런 붕괴는 「현상유지」라는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기조에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워싱턴의 한 고위전문가는 이런 지적을 했다. 『북한이 붕괴한다고 해서 곧 남북한이 통일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극단적인 예로 수십만 난민들이 중국 국경으로 몰릴 경우 중국은 국경보호 또는 북한주민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새로운 친중(親中)공산 괴뢰정권을 평양에 세우지 않을거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느냐』 이 전문가의 말은 북한의 붕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를 적절히 대변한다. 미국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에서 결코 「현상타파」를 원하지 않으며 북한이 「현상유지」를 깨는 도화선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4자회담이 무리 없이 진행되어 궁극적으로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체제가 구축될 경우 미국은 보다 자유롭게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시켜 나갈 수가 있다. 94년 제네바 핵(核)합의를 통해 대북한 관계개선의 길을 열었고 이제 4자회담을 통해 양국관계를 본궤도에 올려놓을 수가 있다. 미국은 따라서 4자회담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적어도 과거 소련과 중국이 한국과 맺었던 것과 같은 수준의 관계를 북한과 맺어가려 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양국이 연락사무소 단계에서 대사급 외교관계로 가는 단계와 시간이 의외로 짧을지 모른다는 전망도 낳게 한다. 4자회담에 따라 북―미(北―美)관계가 급진전되면 미국은 그 의도가 어디에 있었던 간에 남북한을 상대로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등거리 외교」를 펼 수 있는 기반을 갖게 된다. 남북한 어느 한 쪽의 눈치를 보는 그런 기형적 상태에서 벗어나 양쪽을 동시에 저울질 해가며 다룰 수 있는 한층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이 점은 미국의 대동북아 정책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4자회담이라는 새로운 평화논의구조를 갖는 안정된 한반도는 21세기를 앞두고 예견되는 한반도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사전에 막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억제해 일본을 계속해서 미일(美日) 안보체제 속에 묶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