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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최주섭/조상 납골당에 모시자

입력 | 1997-04-15 09:32:00


해외에 사는 동포들은 살아 생전에 고향땅을 밟아보고 죽은 후에는 고향동네가 보이는 양지바른 언덕에 묻히고 싶다는 애틋한 소망을 갖는다. 우리나라는 시신을 처리하는 방법에서 화장을 기피하고 매장을 선호해 왔다. 또 기왕이면 조상의 묘소를 명당터에 잡고자 했다. 사후까지 조상께 효도하려는 마음과 함께 후세들의 부귀영화를 기원하고자 하는 바람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권문세가들이 유명한 지관들을 동원해 명당터를 찾는 소동이 가끔씩 생겨 화제가 되고 있다. 명당터란 환경생태학적으로 묘지토양 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성장과 번식이 왕성한 땅을 말한다. 공기가 적당히 드나들어 미생물의 호흡에 지장이 없으며 비가 와도 물빠짐이 좋아 공기층이 물로 채워지지 않아야 한다. 약알칼리성 토양으로 햇볕이 내리쬐도 온도변화가 적으면 좋다. 이런 조건에서는 잔디나 나무가 잘 자라기 때문이다. 또 명당터란 다른 용도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으면 곤란하다. 도로가 뚫리고 도시나 공단이 들어서면 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들은 풍수지리설에서 주장하는 진혈과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동식물은 죽은 후 땅속의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흙의 성분인 미량요소가 된다. 따라서 인체의 구성성분은 흙속의 성분과 같다. 매장을 선호함에 따라 해마다 1백만평 이상의 매장용지가 필요한데 적합한 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매장용지가 있다 해도 높은 산을 제외하고는 양질의 조림지나 농지 또는 주택단지와 경합을 벌여야 한다. 적은 비용이라면 명당터는커녕 3,4평의 묘지터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복토한 돌산이나 저지대에 만든 공원묘지가 생겨나고 장마철 폭우로 무덤이 매몰되거나 떠내려가는 사고도 빈번하다. 임야와 농경지도 부족한게 우리의 처지 아닌가. 좋은 땅을 함부로 매장지로 사용하는건 조상님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매장 대신 화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시기다. 화장은 짧은 시간안에 시신을 태워 한줌의 재로 만든다. 하지만 결국은 흙의 성분인 미량요소가 되기는 매장과 같다. 다만 1년에 몇차례씩 일가친척들이 만나서 조상의 정신을 기리는 일도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아름다운 꽃공원 안에 납골당을 세워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면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자랑스러운 조상 모시기가 동시에 가능하겠다. 최주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