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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우리가 캡]길거리농구 왕자 천안「주피터」

입력 | 1997-04-08 08:27:00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는 현란한 드리블, 상대수비의 허를 찌르는 번개같은 피벗, 공중으로 치솟아 바스켓을 뒤흔드는 장쾌한 덩크슛까지. 코트에선 우리가 최고. 농구화끈을 조여 매고 코트에 들어서면 그 누구도 우리를 막지 못한다. 전희철, 허재, 마이클 조던, 찰스 바클리…. 내가 바로 꿈속에 그리던 스타다. 여진수 이우철(이상 천안공고1년) 손기정 유승보(이상 신탄진고1년). 여드름자국이 채 가시지 않은 16세 동갑내기. 지난해 나이키배 길거리농구대회 중등부 우승으로 제법 이름을 날렸다. 이 대회 우승팀 자격으로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길거리농구대회에 나가 일본최고팀과도 겨뤘다. 결과는 3대2로 승리. 아시아까지 제패했다. 포워드에 진수, 기정이와 우철이는 가드, 승보는 센터. 다들 1m70이 넘는 키에 아마추어라고 보기 힘들 만큼 빼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다. 신장이 1m89나 되는 승보는 이따금 덩크슛도 터뜨린다. 이 팀이 태동한 것은 천안 성정중학교 2학년 특별활동시간때. 두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농구반을 택했던 이들은 코트에서 몇번 부딪쳐본 뒤 금세 호흡이 맞았다. 의기투합한 이들은 곧바로 팀을 만들었다. 이름은 「주피터」 이들이 농구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재미있으니까. 나이키배 우승 이후 고교팀의 스카우트제의를 거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선수가 되면 농구가 지금처럼 재미있지는 않을테니까. 「주피터」는 올 여름 열리는 길거리농구대회에 다시 출전한다. 쟁쟁한 선배들이 많아 우승은 어렵겠지만 상관없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코트에서 땀을 쏟아내는 것만으로 이들은 더할 나위없이 즐겁다. 〈이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