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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생각하며]이관우/21세기를 위한 「휴먼웨어」

입력 | 1997-03-20 20:09:00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의 드러커교수가 저서 「새로운 현실」 서두에서 『우리는 이미 「미래」에 살고 있다. 미래는 이미 현실이 되어 「현재」가 되었는데도 이 새로운 현재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머릿속의 막연한 관념만으로 미래를 지향하지만 개인의 행동양식이나 기업의 경영방식은 과거의 연속선상에 있지 않은지 스스로 반문해 보아야 할 때다. ▼ 소프트웨어보다 시급 ▼ 금융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정보통신산업의 발달로 공상과학영화에서나 가능했던 PC뱅킹 텔레뱅킹에 이어 사이버뱅크시대가 도래해 점포망이라는 물리적 공간보다 전자네트워크와 같은 통신공간 가상공간이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또한 컴퓨터의 처리능력 확대는 금융공학의 비약적 발달과 파생상품의 광범위한 활용을 가능하게 하며 장차 금융산업을 정보산업으로 변모시키리라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부분의 은행들은 새로운 전자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각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막대한 투자를 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투자공학을 활용해 각종 경제변수를 예측하고 투자모델을 설계하는 투자공학팀, 산재한 데이터베이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다가오는 네트워크시대에 대비하여 이를 과학적으로 운영할 네트워크관리팀 등 전혀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곧 다가올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각종 딜링, 특히 금융파생상품거래의 발전에 따른 딜러육성을 위해 각 금융기관이 교육투자를 증액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영시스템의 재구축 못지 않게 시급한 과제는 이를 운용할 인력의 개발, 즉 「휴먼웨어」의 재창조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인간의 뇌는 약 1백억개의 뉴런(신경세포단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간은 죽을 때까지 뇌신경세포의 10%도 제대로 활용치 못한다고 한다. 더구나 최근의 연구결과는 뉴런이 상호결합해 상승 작용하면 더 많은 활용량이 생성된다고 하며, 이를 컴퓨터 기억용량인 비트(Bit)로 환산하면 실로 엄청나다고 한다. 지금 상용화되고 있는 16메가D램은 신문 1백28쪽, 타이프지 1천2백쪽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상호결합된 뇌세포의 기억용량이 얼마나 더 큰 수치인지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니 현재 개인이 보여주고 있는 역량은 자신의 잠재력에 비해 빙산의 일각도 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무한한 인간의 능력을 어떻게 발굴 육성할 것인가. 바로 여기에서 조직의 책임과 역할이 필요하다. 인재(人材)란 잘 훈련되고 다듬어지면 인재(人才)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인재(人災)가 되고마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에서 또 주변에서 무수히 보게 된다. ▼ 잠재-창의성 발굴해야 ▼ 「파킨슨의 법칙」으로 유명한 영국의 경영연구가 파킨슨이 「경영의 바이블」이란 책에서 기업의 수익이 떨어지면 감원을 통해 경비절감책을 쉽게 택하는 것을 보고 『이는 대차대조표상에 인재의 자산계정이 물적자산계정과 같이 수치로 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간에 걸쳐 지급한 급여는 경비인 동시에 귀중한 자산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인적자원에 대한 회계의식이 필요하다. 단순히 양적 회계보다는 주식처럼 시가(時價)회계가 필요하다. 즉 시대상황에 필요한 자질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평가해 보고 이제부터라도 새로운 각오로 21세기금융산업에필요한「휴먼웨어」, 즉 「창조적이며 자율적으로 국제경쟁에서 리더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보다 과감한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조직생존의 문제이며 새로운 세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지 않겠는가. 이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