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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창/호주 멜버른]운전하기가 무서워…

입력 | 1997-03-18 08:47:00


차량 운전자들의 사소한 다툼이 폭력행사로 비화되는 사례를 자주 접한다. 인구가 그리 많지 않고 도로도 비교적 넓은 이곳 호주 멜버른도 그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얼마전 20대 형제가 자기네 차량을 향해 경적을 울린 57세 어른을 고속도로변에서 발로 차고 턱뼈를 부러뜨린 죄로 구속됐다. 깜빡이도 켜지 않고 갑자기 뛰어든 형제를 향해 경고조로 경적을 울린 것 뿐인데 형제는 어른의 차를 갓길로 밀어 붙인 뒤 마구 두들겨 팼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운전석 옆좌석에 앉아 딸의 운전연습을 시키던 아버지가 스크루 드라이버로 눈과 가슴이 찔리는 사고도 발생했다. 앞에서 느릿느릿 길을 비켜주지도 않고 진로를 방해했다고해서 화가 난 어느 젊은이가 차에서 뛰어 내려 스크루 드라이버를 휘둘러 댔다는 것이다. 둘다 젊은이들이 저지른 사고였는데 운전을 하다보면 젊은이들의 운전매너가 특히 문제다. 모터사이클 경주라도 하듯 과속운전하는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다른 차가 정상적으로 추월한 경우에도 끝까지 추격해와서 코를 바짝 들이대고는 욕을 해댄다. 처음 얼마동안은 외국인, 특히 동양인이 모는 차여서 더 그런가 했더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호주의 「도로격노」가 최근들어 크게 늘어난 것은 개인욕구의 좌절과 이에 따른 보상심리 때문이라고 한다. 즉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거나 정신적으로 표류하는 등 좌절감이 높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차와 시비를 붙거나 과속운전을 통해 이를 보상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도로격노」의 증가와 함께 자동차 도난도 미국을 능가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차량 절도범에도 14∼20세의 청소년들이 많다. 호주정부는 젊은이들의 이런 행동을 줄이기 위해 라디오캠페인을 벌이는 등 대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남의 얘기만은 아니기에 앞으로 얼마나 개선될지 지켜보려 한다. 박기식(멜버른 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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