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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캠페인/우리는…]『서행하면 경적울리고 끼어들고』

입력 | 1997-03-18 08:47:00


[천광암기자] 『좁은 골목길에서 어린아이들이 내리고 있어도 차들이 옆으로 마구 내달립니다. 외국처럼 스쿨버스가 서면 다른 차로의 차들도 모두 서서 아이들이 다 내릴 때까지 기다려달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제발 서행이라도 좀 해주면 좋겠어요』 서울 리라초등학교 스쿨버스를 29년째 운전하고 있는 崔鍾哲(최종철·57)씨는 『스쿨버스를 시내버스나 다름 없이 여기는 운전문화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참 스쿨버스 운전기사인 최씨가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란 주로 어떤 것일까. 『어린이들을 태우고 있기 때문에 스쿨버스는 천천히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보고 듣기 민망한 손짓과 욕설을 해대며 앞으로 끼어드는 차들이 많습니다. 성질 고약한 운전자는 벼락같이 앞으로 끼어든 뒤 고의로 급브레이크를 밟기도 합니다. 하루에 서너번은 이런 일을 당하는데 안전은 둘째 치고 그걸 보는 어린이들이 뭘 배우겠습니까』 최씨는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10여개국을 둘러봤지만 우리나라처럼 스쿨버스를 상대로 난폭운전을 하는 모습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용산 미군부대 안에 한번 가보세요. 스쿨버스 운전자가 옆차나 뒤차에 지나가라는 손짓을 해도 어린이들이 다 내려서 길을 건널때 까지 꼼짝 않고 기다립니다』 최씨는 스쿨버스를 운영하는 쪽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는 스쿨버스에 모두 노란색을 쓰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학교마다 제각각이어서 스쿨버스를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한때 행정관청으로부터 노란색은 너무 눈에 띄니 스쿨버스에 칠하지 말라는 어처구니 없는 행정지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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