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재호특파원]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거자금마련을 위해 주요 헌금자들을 백악관에 초청, 숙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시한 것으로 25일 밝혀졌다. 백악관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불법 정치자금모금 의혹과 관련,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클린턴대통령은 95년 클린턴―고어 선거본부의 테렌스 매콜리프 재정위원장으로부터 건의를 받고 이같이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클린턴은 당시 자필메모를 통해 민주당 참모진에 주요 헌금자들을 백악관에 초청, 각종 식사모임이나 다과회를 베풀거나 「링컨 베드룸」에서 숙박을 제공하는 계획을 즉각 시행토록 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매콜리프 재정위원장은 10명의 주요 헌금자만을 초청하려 했으나 클린턴은 10만달러 이상을 낸 다른 사람들도 초청하라면서 1백명의 거액기부자 명단을 자신에게 제출토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건의한 10명의 거액기부자중실제로 4명이 백악관에서 각종 환대를 받으며 하룻밤을 묵었다』고 확인했다. 백악관측은 이와 함께 그동안 백악관에서 1박을 한 9백38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은 주로 클린턴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를 하던 때부터 친분을 맺어온 친구들이거나 주요 후원자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숙박자중에는 민주당에 10만달러 이상을 기부한 주요 헌금자와 기업인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백악관 링컨룸서 잔 사람들 ▼ [워싱턴〓홍은택특파원] 정치자금 기부자들에게 백악관 링컨 침실을 제공했다는 비난에 시달려온 클린턴대통령이 25일 첫 임기 4년동안의 백악관 「숙박부」를 공개했다. 백악관은 이날 클린턴 부부의 「오랜 친구들」(1백55명) 「아칸소주 친구들」(3백70명) 「친구와 지지자들」(1백11명) 「공직자와 내외고관들」(1백28명) 「문화예술계 인사들」(67명) 「가족 주변인사와 딸 첼시아 친구들」(1백7명)로 분류, 모두 9백38명의 투숙객 명단을 공개했다. 이 명단으로 대통령 사생활의 일부가 노출된 반면 투숙객들은 대통령부부가 자신들을 「오랜 친구」 또는 「친구와 지지자」로 보고 있는지 분명히 알게 됐다. 이에 따르면 CNN의 테드 터너 회장, 스티븐 스필버그, 캔디스 버건, 제인 폰다, 체비 체이스, 톰 행크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리처드 드레이퍼스, 테드 댄슨 등 저명인사와 유명인기인들이 백악관에서 아침을 맞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악관측은 『정치자금을 대가로 링컨 침실을 팔지 않았다』는 클린턴 대통령의 말을 입증하기 위해 이 명단을 공개했으나 로이터통신은 가장 돈을 많이 낸 10명중 최소한 4명의 이름이 명단에 나온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아칸소주 친구」로 분류된 명단중에 주요 정치자금 기부자의 이름이 들어 있으며 일부는 아칸소주에 살지 않는데도 이름이 포함돼 있다고 의구심을 제기, 숙박부 공개가 또다른 파문을 낳고 있다. ▼ 클린턴-민주당 모금 왜 문제인가 ▼ [워싱턴〓이재호특파원]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과 민주당의 불법선거자금 모금스캔들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우선 불법성 때문이다. 미국은 시민권이 없더라도 영주권만 있으면 외국인들도 특정 정당이나 개인에게 돈을 기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그 돈은 미국에서의 영업활동을 통해 번 돈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돈은 미국과 관련이 없는 돈으로 특정정당이나 개인에게 기부할 수가 없다. 클린턴과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바로 이 점을 어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검은 돈, 흰 돈 안가리고 받았다는 것인데 이렇게 해서 모은 돈이 약 7백만달러(한화 약 60억원)에 달한다는 것. 물론 이 돈 중에는 외국기업이 어떤 목적을 위해 영주권을 가진 사람 명의로 위장 기부한 돈도 들어 있을 수 있다. 공화당이 문제삼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 공화당은 『클린턴과 민주당이 인도네시아 대만 한국 등 주로 아시아국가의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선거자금을 기부받았다』면서 『이들 기업은 선거자금을 낸 대가로 클린턴정부에 뭔가를 요구했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치고 나온 것. 공화당은 한 예로 민주당이 인도네시아 리야드그룹으로부터 받은 46만달러, 한국계 기업인 청암 아메리카사로부터 받은 25만달러 등이 곧 대통령 또는 민주당정부의 영향력을 판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클린턴과 민주당은 문제가 확대될 기미를 보이자 지난해부터 받은 돈 중에서 일단 출처가 확실치 않은 돈은 기부자들에게 모두 되돌려 주었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돌려준 돈이 약 1백40만달러에 이른다. 민주당은 앞으로도 자체 조사를 계속해서 기부 동기가 분명치 않은 돈은 돌려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사안은 돈을 되돌려 주느냐 마느냐에 그치지 않고 △클린턴의 도덕성 △선거자금 충당제도의 구조적 개선 △공화당의 정치공세 등이 함께 어우러져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클린턴은 지난해 플로리다의 마약 거래상으로부터도 선거자금을 받았다가 이를 되돌려주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