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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元洪 기자]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에서의 윌리 로먼, 「고도를 기다리며」의 블라드미르, 영화 「만다라」의 지산역을 맡았던 배우 전무송(56)의 웃음을 가리켜 한 평자는 「25시적 웃음」이라고 했다. 희망과 절망, 진실과 거짓 등이 뒤섞인 정체불명의 웃음이라는 것이다. 전무송은 이 웃음을 SBS 「임꺽정」의 서림역에 도입시키기로 했다. 서림은 폭력으로 체제에 반항한 청석골 두령 중에서 유일한 지식인 출신이다. 지방관리였던 그는 조정에 바치는 진상품을 횡령한 뒤 처벌을 피해 청석골에 합류한다. 이곳의 「두뇌」를 맡은 그는 기발한 전략으로 수차례 관군의 공격을 막아낸다. 청석골 방어의 일등공신이었던 그는 그러나 관군에 체포된 뒤 임꺽정을 배반, 청석골 붕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서림은 비열한 기회주의자인가, 아니면 현실에 충실한 합리적인 인물인가. 첫 장면부터 「임꺽정의 장인」이라는 거짓말로 최근 등장한 서림은 극중에서 호탕한듯 간사한듯 모호한 색깔의 웃음을 날린다. 『그 웃음을 여우같다고만 보지는 말아주십시오. 서림은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인물입니다. 어쩌면 대다수 우리의 모습을 닮았지요』 64년 동랑레퍼토리 단원으로 출발,연극무대 경력30년을 넘긴 전무송은 서림역에 애착을 보인다. 『배우로서 욕심이 드는 역이죠. 다양한 변신으로 복잡한 내면을 보이는 인물입니다』 그가 분석한 서림은 나약하지만 솔직한 인간이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에서 신념과 의리, 명분을 위해 죽을 수 있는 인물보다는 그렇지 못한 인물들이 더 많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익에 따라 주저없이 변신하는 기계적인 「카멜레온」은 아니다. 전무송은 변신때마다 고민에 시달리는, 그래서 오히려 인간적인 서림을 그리고 싶어한다. 『배신을 앞두고 죽느냐 사느냐의 고민, 광적인 발광상태까지 도달할 만큼 고민하게 됩니다』 서림의 등장이후 「임꺽정」은 관군과 본격적인 전투를 벌이게 된다. 『「임꺽정」의 초점은 역시 임꺽정의 일대기입니다. 서림은 부수적이죠. 하지만 서림이라는 독특한 인물로 우리들 삶의 방식을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