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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수술 여성 대부분 죄의식 못느껴』…천여명 설문

입력 | 1996-10-31 20:21:00


낙태를 불법화한 모자보건법이 사실상 사문화된지 오래이며 실제 낙태수술을 받은 여성들 대부분이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가족계획협회가 31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국여성개발원에서 개최한 「인공유산과 여성건강」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인제의대 劉泰煥교수는 지난 5월1일부터 4개월동안 산부인과 전문의가 있는 전국 20개 병·의원에서 인공유산수술을 받은 1천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劉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낙태수술을 하게된 직접적인 동기에 대해 54.2%는 자녀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며 미혼자이기 때문 16.3%, 터울조절을 위해 9.1%,경제적 어려움 5.9%, 태아성감별 0.6%., 기타 0.5% 등으로 답했다. 반면에 산모의 건강이 위험한 것으로 예상(4.6%)되는 경우, 임신중 약물복용(7.4%) 또는 방사선 촬영(1%)으로 기형아 출산이 우려되는 상황, 강간에 의한 임신(0.4%) 등 법적으로 허용된 낙태는 13.4%에 불과했다. 더욱이 약물복용이나 방사선 촬영 때문에 낙태를 한 92명 가운데 실제 3명만이 기형아나 저능아 출산의 위험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유전질환, 전염병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한 임신 ▲혈족 또는 인척간 임신 ▲모체 건강을 심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태아 기형과 정신박약이 우려되는 경우 등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현행 모자보건법이 사문화 됐음을 시사한다. 현행 형법 2백69조 및 2백70조에서는 모자보건법에서 허용되지 않은 낙태시술자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그동안 낙태를 이유로 처벌받은 의료인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낙태수술을 받은 여성의 76.7%가 수술한 것을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23.3%만이 후회하거나 죄책감을 느낀다고 밝혀 상당수 여성들이 낙태에 대해 도덕적으로도 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낙태수술을 받은 여성중 미혼자의 비율은 18.4%로 지난 90년과 9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의 연구에서 나타난 30-40%에 비해 크게 낮았는데 이는 이번 조사가 설문에만 의존해 허위응답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령별로는 20세 이하가 6.4%, 21-29세가 17.3%, 31-39세가 44.5.%, 41세 이상이 3.4%였는데 직업별로는 기혼부인의 경우 주부 79.5%, 회사원 11.6%의 순이며 미혼 여성은 회사원 41.6%, 학생 21.8%, 무직 15.8% 등의 순이었다. 학력별로는 고졸 53%, 전문대 이상 41.3%였으며 중졸과 국졸 이하는 5.2% 및 0.5%에 지나지 않았으며 종교별로는 무종교가 47.6%로 가장 많고 기독교 29.8%, 불교17.2%,천주교 5.3% 순이었다. 이밖에 임신상대 남자와의 관계는 기혼부인의 경우 1명만 제외하고 모두 배우자였으며 미혼여성은 애인 76.7%, 동거남 18.3%, 기타 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