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소설로 만나는 ‘인간 예수’의 삶

Posted December. 16, 2020 09:22,   

Updated December. 16, 2020 09:22

日本語

 연말이 다가오면 누구나 크리스마스 장식을 꺼낸다. 트리의 불을 밝히는 건 ‘세상의 빛’으로 왔다는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행위지만, 그 사실을 의식하며 행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2000년 전 그날을 모두 축제처럼 즐기지만 정작 왜인지는 잘 모른다.

 최근 3, 4권이 출간된 대하소설 ‘소설 예수’(전 7권)는 이처럼 모두가 ‘잘 알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예수의 면모를 소설적 상상력으로 복원해낸 작품이다. 작가 윤석철 씨(70)는 2005년부터 15년간 고고학부터 신학까지 각종 자료를 수집하면서 작품을 구상했다. 내년에 7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정통 신학의 관점에서 쓴 작품은 아니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후 진보신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던 저자는 예수의 삶을 ‘신(神)’이 아니라 사회 변화를 꿈꾼 ‘가슴 뜨거운 인간’의 관점에서 묘사했다. 이스라엘의 가난한 집안에서 성장한 예수가 당대 사회에서 핍박받고 상처 입은 이들과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그려낸다.

 지배계급의 폭압에 맞서 평화적 해방을 꿈꾼 혁명가로서의 예수를 그렸다는 점에서는 민중신학, 해방신학의 관점이 읽히기도 한다. 작가는 “특정한 신학적 카테고리를 떠나 일체의 압제, 억압으로부터 놓여난 수평적 해방과 자유를 원했던 예수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분량은 방대하지만 예수가 십자가에서 숨지기 전 7일 동안 예루살렘에서 일어나는 긴박한 사건들을 중심축으로 해 서사의 밀도를 높였다.

 작가는 “예수는 태어난 계급과 신분대로 살던 시대, 집단주의에 매몰됐던 시대에 이미 개인의 가치에 눈뜨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를 발견했던 인물”이라며 “과연 그가 그토록 가슴 아프게 여겼던 당시 현실에서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박선희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