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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대선 TV토론회 비교

Posted March. 14, 2017 07:31,   

Updated March. 14, 2017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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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9일 열린 미국 대선 2차 TV토론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음담패설’ 문제에 대해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음담패설 녹음 파일은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보여준다.”(클린턴)

 “내가 한 것은 말이지만 빌 클린턴이 한 것은 행동이다. 미국 정치 역사상 여성을 그렇게 함부로 대한 사람은 없었다.”(트럼프)

 클린턴은 음담패설에 대한 질문으로만 90분의 토론시간 중 20분을 썼다. 이에 트럼프는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문제를 끄집어내면서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 재직 시절 개인 이메일로 기밀 업무를 다룬 ‘이메일 스캔들’로 반격했다. ‘역사상 가장 추잡한 토론’이란 비판이 나왔지만 미국 유권자들은 두 사람의 공방으로 달아오른 토론을 통해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반면 국내 대선 TV토론에선 이런 장면을 좀처럼 보기 어렵다. 너무 많은 후보자가 참여하는 데다 후보자들끼리의 자유토론을 제한하는 경직된 토론방식 탓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후보 간 ‘끝장토론’을 할 수 있도록 TV토론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후보 검증 기간이 턱없이 부족한 만큼 TV토론회를 내실화해 유권자들이 직접 차기 대통령의 리더십을 검증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대선 TV토론회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7년 15대 대선이었다. TV토론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선두주자였던 이회창 후보를 제치고 당선되는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갈수록 지지율에서 앞서 있는 후보들이 TV토론회를 기피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15대 대선 때에는 공식토론회 3회를 포함해 총 57회의 TV토론회가 열렸지만 16대 대선에서는 27차례, 17회 대선에서는 11차례로 줄었다. 그 대신 주요 대선 후보들은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후보 한 명만 참여해 대담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토론 방식 역시 후보들의 역량과 자질을 검증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대선 한 달 전부터 선거일 전까지 3차례 열리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하는 공식토론회는 기조연설, 공통질문, 상호토론 순으로 진행된다. 공통질문은 사회자가 묻고 후보자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방식이다. 그나마 상호토론을 통해 후보자들끼리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답변 시간이 1분 30초에서 3분 정도에 그쳐 제대로 된 의견을 듣기 어렵다.

 토론에 참여하는 후보가 너무 많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행 공직자선거법은 국회에 5인 이상 의원이 있는 정당의 추천 후보자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7대 대선 TV토론에는 6명의 후보가 참여해 토론 시간을 배분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미국은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구성하거나 지지율이 15% 이상인 후보만 TV토론에 참여하도록 한다. 토론 방식 역시 90분간 양자토론을 허용해 유력 후보 간 ‘끝장토론’을 유도한다. 3차례의 공식토론회 중 1차례는 일반 유권자가 직접 참여해 후보들에게 질문할 수 있도록 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미국처럼 무차별적 토론이 이뤄지도록 토론회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토론 주제는 가이드를 주더라도 후보들끼리 자유토론을 하도록 하고 일반 국민의 참여를 확대해 역량과 정책 검증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 · 황인찬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