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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 차세대 간판 폴 라이언, 하원의장직 수락

미 공화당 차세대 간판 폴 라이언, 하원의장직 수락

Posted October. 22, 201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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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의 40대 기수가 공화당 살리기에 나섰다.

공화당의 차세대 간판인 폴 라이언 하원의원(45사진)이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중도 사퇴로 공석이 된 하원의장직을 수락하기로 한 것. 라이언 의원은 20일 저녁 공화당 지도부와 비공개 회동을 가진 뒤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나를 지지하면 의장직을 맡겠다며 조건부 수락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 부통령에 이은 미국 내 권력 3위의 요직인 하원의장에 그가 당선되면 1841년 존 화이트 이후 174년 만에 40대 하원의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20세기 들어서는 처음이다.

미 정가는 174년 만의 40대 하원의장 탄생에 열광하는 분위기다. 그가 의회의 케네디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0대에 이미 8선을 이룬 입지전적 정치 경력,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노회한 정치인들이 득실대는 워싱턴에서 유독 돋보이는 그의 젊은 이미지가 의회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 그는 2013년 연방정부 잠정폐쇄(셧다운) 위기 때 공화당 내 강경세력을 설득해 파국을 막은 온건파 정치인이어서 대중적 이미지도 매우 좋다.

영화배우를 연상케 하는 외모의 라이언 의원은 가는 곳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왔지만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귀공자 이미지이지만 넉넉지 않은 가정환경으로 고교 2학년 때 맥도널드 주방에서 햄버거 패티를 굽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다. 긴 정치 여정을 뛰기 위해 P90X라는 고강도 실내 트레이닝을 매일 거르지 않아 워싱턴 몸짱으로 통한다.

그는 공화당의 떠오르는 스타이지만 처음에는 하원의장직을 고사했다. 베이너 사퇴 후 승계가 유력했던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벵가지 특위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노린 것이라는 실언 후 낙마하자 공화당 원로들은 라이언이 대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음 달 3일로 다가온 국가부채한도 증액 협상, 이미 시한을 한 번 연장한 2016년 회계연도(10월 1일내년 9월 30일) 예산안 협상 등 현안이 산적한 만큼 누군가 빨리 의사봉을 쥐어야 공화당의 자중지란을 막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라이언 의원은 세 차례 성명까지 내며 의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가 그동안 의장직을 고사한 것은 몸값 올리기와 동시에 대선 도전 스케줄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워싱턴 정가에선 유력하다. 그는 2012년 대선에서 이미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를 위한 부통령 후보를 맡았을 만큼 최종 목표를 백악관에 이미 정조준한 상태다.

아직 45세에 불과하고 지역구이자 고향인 위스콘신 제인스빌에서 내리 8선을 한 그는 중앙 정치무대에서 20년 이상은 거뜬히 활동할 수 있는데, 의장직을 맡게 되면 최종 목표인 대통령직 도전에 그만큼 빨리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 내년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최소 4년, 길게는 8년간 백악관 주인 자리에 도전할 수 없는 만큼 일찍 하원의장을 거머쥐면 정작 대선에 나설 때는 전직 의장 신분이 될 수밖에 없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