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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의 적은 여성?

Posted April. 15, 201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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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여성의 마음을 잡아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두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사진)에게 왜 여성이 힐러리 당선의 열쇠인가란 칼럼을 통해 이렇게 조언했다. (첫 여성 대통령이 돼서) 역사를 만들겠다는 추상적 선언만으론 여성 표를 충분히 얻을 수 없는 만큼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실질적 경제 정책을 선보여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기대한 만큼의 여성 표를 얻지 못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했다는 평가가 많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당시 조사 결과를 보면 클린턴 전 장관은 여성 선거인단 중에서 49%의 표를 얻어 오바마 대통령(45%)보다 5%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다. 반면 남성 선거인단에선 20%포인트(37% 대 57%)나 뒤졌다.

FT는 2008년 당시 많은 여성이 클린턴 전 장관을 남편(빌 클린턴 전 대통령) 덕분에 높은 자리까지 올라온 수완 좋은 여자 정도로 깎아내렸다고 분석했다. 그런 인식 때문에 1829세의 젊은 백인 여성층에선 오바마 대통령에게 12%포인트(42% 대 54%)나 뒤졌다. 또 흑인 여성들은 같은 여성인 클린턴 전 장관(14%)보다 같은 흑인인 오바마 대통령(81%)에게 훨씬 많은 표를 던졌다. 클린턴 전 장관도 자서전 살아 있는 역사(Living History) 등에서 2000년 뉴욕 주 상원의원 선거 때부터 왜 (르윈스키 스캔들 등으로 아내를 속인) 남편과 갈라서지 않느냐며 분노하는 여성을 많이 만났다고 밝혔다.

FT는 클린턴 전 장관이 승리하려면 낙태 같은 전통적 여성 이슈보다 출산휴가, 보육 문제 등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고민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하는 여성 문제는 공화당 여성 표까지 끌어모을 수 있는 이슈로 미국 경제의 최대 골칫거리인 중산층의 위기, 양극화 문제 해결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클린턴 전 장관은 13일 자원봉사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내 손녀를 포함해 모든 여자아이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딸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어머니 이미지를 내세우는 전략이다. 또 e메일에서미국 중산층은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 냈지만 아직 충분치 않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연봉이 일반 노동자의 300배가 넘는 지금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여성과 경제 문제를 함께 묶는 전략으로 이번 대선 최대 이슈로 전망되는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